
한 중년 여성이 동네 골목 어귀에서 할아버지의 가슴팍을 때리며 하느님에게 가라고, 회개를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하느님을 그렇게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지금 당신이 하는 건 그냥 교회 좀 나가고 헌금 좀 내고 그게 다가 아니냐며 그렇게 해서는 하느님이 알지 못하고 제대로 믿어야 한다고, 제대로 하느님에게 가라고, 가서 회개를 하라고 점점 더 목청을 높였다. 나는 볼일이 있는 척 근처 횡단보도에 서서 가만 그 대화를 엿듣는다. 괜히 신발끈도 묶고 근처 가게를 찾는 듯 두리번도 거린다. 가서 회개하라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가만 귀를 기울인 채로, 화창하고 바람이 불고 땀이 났다가도 금세 마르는 좋은 날씨를 만끽한다.
듣다보니 할아버지가 대단한 잘못을 한 것 같진 않고, 그저 그의 신앙이 중년 여성의 성에 안 차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사실 저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은 네 마음은 왜 내 마음과 같지 않냐는 건데 나는 그게 어느 영화의 장면보다도 더 좋아서 히히 웃음이 났다. 회개를 하라니, 너무 좋은 말이었다. 네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른 건 죄고 그러니 제대로 가서 회개를 하라니. 그런 목소리가 동네가 떠나가라 울려퍼지는 일이 정말 듣기에 좋았고 나도 같이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가지고는 천국에 갈 수 없어! 회개해! 처음 보는 할아버지의 가슴팍을 퍽퍽 때리며.
그 장면을 맞닥뜨리기 직전 머무르던 카페에서 읽은 책은 이타와 돌봄에 대해 말했고, 이타는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던가, 돌봄이 그렇다고 했던가. 아무튼 돌봄의 본질은 상대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함께 소중히 여겨주는 것이라고, 그러나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걸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야기를 듣는 거라고 해서 머릿속에 반짝 불이 켜졌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이의 시선에 나도 몇 번 눈이 마주치고 그러다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던,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철저히 오해받고 싶은 마음에 대해.
그런 개운함을 안고서 골목 언덕길을 내려오다 맞닥뜨려버린 것이다. 절로 웃음이 날 만큼 좋은 모습을. 퍽퍽 가슴팍을 때리며 회개하라고! 그렇게 해서는 천국에 갈 수가 없다고! 하늘은 새파랗고 구름은 뭉게뭉게 새하얗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 조금은 서늘하게 잔잔한 바람이 불어 걷는 길 살짝 솟는 땀들도 금세 마르는 그런 날에, 새들이 지저귈 뿐 별다른 소음은 없는 평화롭고 조용한 동네에 회개하라고! 울분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질 때 신호등 건너편에서 이야기로 한가득인 샛노랗고 거대한 주머니가 내게 다가오며 웃었다.
마셀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