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처음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의 소식을 접했던 것이 2023년이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활동하기 전이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상담소의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집회에 함께했다.
우리가 참여한 3주기 집회는 단순히 지나간 사건을 기억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휴전 이후에도 가자지구에서는 공격과 죽음이 계속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전쟁과 학살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지난 3년간 이어져 왔음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3년이라는 시간은 한편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길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시간처럼 느껴졌다.


집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중 하나는 팔레스타인 활동가 사하르 타이시르 칼룹이 직접 쓴 시를 낭독했던 때였다. 시의 문장들을 들으며 마음 한편이 일렁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죽음과 파괴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계속해서 그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동시에 나의 일상 역시 계속되어 왔다는 사실이 새삼 기이하게 느껴졌다. 시를 듣는 동안 멀게만 느껴지던 그 시간과 삶들이 잠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이 불거져 나왔던 때가 기억이 났다. 그 전까지 나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매일같이 뉴스로 접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것을 나와 멀리 떨어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군의 파병 가능성을 접했을 때, 이 전쟁과 폭력의 한복판에 한국 역시 결코 무관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갑작스럽게 가까이 다가왔던 것만 같다. 한국 정부와 기업, 공적 기관이 이스라엘과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고 이를 끊어내라고 요구하는 이유 역시 그 순간 조금 더 절실하게 와닿았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는 것은 멀리 있는 누군가의 고통에 마음을 보내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이곳이 그 폭력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묻고 그 연결에 개입하는 일이기도 하다.
행진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었다. 마침 같은 날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극우 집회 참가자들과 마주쳤는데, 우리를 향해 “동성애자냐”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연대의 깃발과 피켓을 들고 걷는 자리에서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공격의 말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마주친 경험은, 우리가 서로 다른 현장에서 마주하는 혐오와 폭력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그런 점에서 상담소 활동가로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욱 뜻깊었다. 집회에는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온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있었다. 서로 다른 운동과 삶의 자리에서 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일이 어떤 하나의 운동이나 정체성에만 속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년이 지났지만 참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 역시 계속된다. 어쩌면 그 사실이 가장 이상하고 마음에 남는다.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멀리 있는 누군가의 삶을 나의 일상과 무관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그 폭력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계속 묻기 위해 서로 연결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소 역시 그 연결 속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