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청소년 성소수자 차별사례를 공개합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입장과 관련하여, 청소년 성소수자 차별사례를 공개합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지난 9월 20일, 서울시 교육청이 초안 발표한 서울시학생인권조례안에서 '성소수자',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에 관한 권리조항이 제외된 것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상담소에서는 그간 청소년 성소수자들로부터 접수한 차별 사례들을 공개함으로써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이 사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당하고 근거없는 동성애 혐오는 다양한 형태로 학교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교사의 혐오발언 / 집단 따돌림 / 입학 거부 / 폭언 및 폭행 / 공공연한 아웃팅 문제로 나눠보는 상황들은 여전히 학교 안의 십대 청소년들의 열악한 인권 침해 현실을 보여줍니다. 아래의 차별 사례들은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상담게시판에 실제로 게시된 내담글을 재구성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차별상황을 담고있습니다. 하지만 내담자의 신원이 밝혀질 수 있는 지역/나이(학년)/학교 유형 등의 구체적 정보는 모두 삭제 또는 수정되었음을 밝힙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 및 권리를 보장하는 항목을 요구하는 바이며,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이 같은 차별이 마땅히 시정되어야 함을 밝히는 바입니다.
 
 
1. 교사의 혐오 발언
 

[사례 1] 2011월 4월
 
며칠 전 수업 시간에 나이 지긋한 선생님께서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말씀 하셨습니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여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교육을 잘못 받는 건 참 나쁜 거예요. 자기 잘못이 아닌데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니까요.” 라고 말씀 하셨어요. 아이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자 “그 왜, 동성연애자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다 잘못된 교육 때문에 그렇게 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 사람들을 무조건 싫어하지 말고 교육의 피해자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해요.”라고 했어요. 동성애자들을 동정하는 시선을 가진 선생님의 발언이 매우 불편했어요. 이런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사례 2] 2010년 09월
 
학교에 남자 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요. 드라마 <인생을 아름다워>를 얘기하면서 동성애 하면 안 된다고 하고, 동성애가 정신병이라고 하면서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담했더니 인권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라더군요, 근데 저는 그렇게 하기 두렵습니다. 익명으로 도움을 요청해도 누군가 내가 이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웃팅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처벌받길 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사례 3] 2010년 09월
 
저는 미션스쿨에 다니고 있어요. 성경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은 악마의 유혹이며, 그것을 물리쳐야 한다고 해요. 상담소 FAQ에는 성경의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르게 받아들이자고, 대충 그렇게 써 있던 것 같아요. 근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정도로 나쁜 것이고 물리쳐야 하는 것이면, 동성애는 혹시 나쁜 것은 아닌가요? 그게 아니면 선생님께서 틀리신 건가요? 그럴 수도 있는 건가요? 저는 미치겠습니다. 저는 악마인 건가요? 너무 괴롭습니다.
 
[사례 4] 2009년 9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호모들이 왜 에이즈에 걸리는 줄 아니? 똥독이 올라서 그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아이들은 웃었고 저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더군다나 그 말을 한 사람은 젊은 여선생님이었어요. 이렇게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는 선생님들에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례 5] 2005년 8월
 
제 애인의 담임 선생님께서 (남자 선생님인데) 수업시간에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정말 친한 두 애가 있어요. 저희 반은 따로 다 떨어져 앉는데 그 둘만 붙어서 매일 장난하는데, 둘이 워낙 친구 사이가 좋거든요. 그런데 그 애들을 보시고 “딴 애들은 다 떨어져 앉아있는데 너희 둘만 붙어있네. 요즘 애들 다 왜 그러냐. 손잡고 화장실 같이 가고, 매일 같이 다니고, 너희 둘 레즈 아니냐? 정신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 검사 좀 받아봐라.” 저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속으로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릅니다. 레즈비언이 잘못된 겁니까! 레즈비언이 다 정신병자입니까? 소리 지르고 따지고 싶었습니다.
 
2. 집단 따돌림
 

[사례 1] 2011년 3월
 
저는 여고에 다니는 동성애자인 여학생입니다. 제가 얼마 전 학교에서 아웃팅을 당했습니다. 저의 학교에 소문이 다 났습니다. 학교에 가면 다른 아이들이 절 자꾸 쳐다보고 손가락질합니다. 주변에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밥도 먹질 못합니다. 정말 학교 가기 싫고, 정말 살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힘이 듭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례 2] 2010년 6월
 
제 절친한 친구가 반 아이들에게 제가 동성애자란 사실을 직접 소문을 퍼트렸어요. 문자 메시지를 애들끼리 돌려 읽었다네요. 학교에서 소문이 그냥 잠깐 돈 줄 알았는데, 애들한테 몸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욕먹고 인상 쓴 표정을 지어서 저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처음엔 무섭고 겁났지만 소문이 차츰 가라앉았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소문이 더 심각해져 있었어요. 여자한테 돈 받고 몸 파는 년이라고 그렇게 소문이 나 있어서, 저 혼자 욕을 먹는 것도 아니고 저랑 같이 친하게 지낸 애들까지 욕먹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겁이 나고, 다른 어른들께 도움 요청을 하는 것도 너무 겁이 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자퇴입니다. 하루가 일 년 같이 느껴져요. 이런 결정 이런 생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내렸는데 어머니께선 참으라고 버티라고만 하시니 정말 미쳐 버릴 지경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3. 입학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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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2009년 12월
 
저는 FTM 트랜스젠더인 학생입니다. 얼마 전 제가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에 입학 원서를 넣었고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저와 제 가족들 모두 너무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입학을 준비하며 저는 제가 활동하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그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글을 올렸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학교에서 부모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트랜스젠더인 학생은 입학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취소하겠다면서요. 알아보니, 그 학교에 합격한 다른 학생의 부모가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제 글을 보고는 학교 측에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하네요. 어떻게 저런 애를 자기 딸과 같은 기숙사에 머물게 할 수 있느냐고요. 우리 학교는 기숙사 학교라서 입학하면 기숙사에 들어가거든요.
엄마는 지금 너무나 충격을 받으셨고 저더러 이게 사실이냐고 다그치고 이런 일로 인해 제가 그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떡하느냐고 하십니다. 전 학교에서 잘못한 거라고 말씀드려봤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세요. 학교에 가서 제가 여자인 게 맞는 거라고 말하라는데, 제가 왜 거짓말을 해야 하나요.
너무 억울해요.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학교에 꼭 가고 싶어요.
 
4. 폭언 및 폭행
 

[사례 1] 2008년 12월
 
저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A, B가 있습니다. A와 B는 둘은 서로 친해서 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 둘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제게 해코지를 하네요. 몇 주 전부터 우리 반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반 애들도 절 보는 눈빛이 이상하더군요. 며칠 전 다른 반 친구를 통해서, 그게 B라는 아이가 제 이야기를 애들에게 다 퍼뜨려서 그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1월 들어서부터는 야자 시간에 야자를 하러 자습실에 올라가면 제 책상만 삐뚤어져 있고, 책상 앞부분에 책상을 발로 마구 찬 발자국 흔적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책상 옆에 달린 사물함을 열어보면 제 책이 엉망이 되어 있고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어요.
그래도 전 '뭐 이번 한 번만 이러는 거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오늘까지 이러네요. 정말 요즘에 학교 너무 가기 싫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5. 선생님에 의한 공공연한 아웃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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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2006년 05월
 
여고생입니다. 중2 초에 처음으로 이반이 되었습니다. 오랜 고민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올라갔습니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정체성 문제 때문에 힘들어 짧은 시간 자해를 했습니다. 그러다 학교에서 알아버렸습니다. 부모님들께 연락이 닿았습니다. 선생님이 알렸죠. 저는 고1 중간고사도 채 마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부모님은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딸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상상도 못하셨는지, 충격이 크셨습니다. 반년은 요양해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만, 한 달 후에 퇴원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친했던 친구들, 선배들, 선생님들, 모두 싸늘한 눈초리더군요. 그래서 저는 지금 유학 중 입니다.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하셨을 겁니다. 이 애가, 한국 생활을 벗어나 좀 더 넓은 곳에 가면 바뀔 거야. 글쎄요. 저도 그러길 원했지만 이렇게 또 상담소를 찾아 왔습니다.
 
[사례 2] 2007년 10월
 
중학생이고,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께서 둘이 주고받은 편지를 보시곤 노발대발하시며 학교에 연락은 물론 제 여자 친구를 전학 보내겠다는 말을 하시며 겁도 주셨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버티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선생님께 연락을 한 거 같아요. 선생님이 유난히 저희를 지적하고 갈라놓으니, 학교 애들이 알게 됐는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둘이 사귄다, 레즈년이다, 변태다, 키스하는 걸 봤다는 둥 별의별 소문이 돌아요. 그러다 보니 선생님도 가만 계실 수 없었는지, 선생님들마저 저희를 이상한 눈으로 보시며 떼어 놓으려 하고 계십니다. 너무 힘이 들어요. 제게 남아 있는 건 아무도 없어요. 선생님도, 부모님도 없습니다.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