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초안에 관한 성명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학생인권조례 권리조항에 

‘성소수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명시하라!

 

학생인권조례는 유엔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과 대한민국 헌법 그리고 교육관련 법령에 명시된 학생 인권의 내용을 구체화한 자치 법규로, 학생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당연시 하는 한국 사회 초중등 교육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학생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그 제정이 필수적이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이하 상담소)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반기며, 이 조례가 다른 모든 차별과 더불어 성정체성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학내 차별 역시 규제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해 왔다.

 
그러나 9월 8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발의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초안으로부터 ‘성소수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관한 권리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그토록 가볍게 사라진 항목들은 제도 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이미 숨죽인 채 살고 있던 성소수자들의 삶을 더욱 무겁게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보장할 인권과 무시할 인권을 가르면서 포괄적 학생 인권을 추구하기를 포기했다. 단 한 명이라도 여전히 억압받는 이가 존재한다면 누구의 인권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이다. 

 
상담소를 찾는 십대 성소수자들의 수는 연간 내담자의 약 3분의 1정도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성정체성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집단따돌림, 폭언과 폭행, 교사의 혐오발언, 공공연한 아웃팅, 전학이나 자퇴 권유, 입학 거부 등 학교 내 성소수자 차별 사례들은 해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상담소에 접수되어 다루어지는 사례가 실제 사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많은 수의 학교 내 성소수자 차별이 서울 지역을 포함하여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애초에 성정체성 및 성별정체성을 매개로 입은 피해를 용기내어 드러낼 경우 정체성이 더욱 널리 노출되고 그게 더 큰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 그 고리를 끊어내 줄 보호장치가 전무한 실태, 그것이 바로 수많은 성소수자 학생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현실이다.

 

이렇듯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가장 비가시화 된 차별인만큼 더욱 시급한 구제가 필요한 영역들 중 하나이다.  ‘성소수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삭제된 현행 안대로 조례가 통과된다면 학생인권조례란 반차별적 지향을 띤 조례라기보다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한낱 차별조례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인권은 파편적으로 거래되어서는 안 되는 보편적인 가치이다. 결코 특정집단이나 세력의 이권에 따라 양보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믿음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기본적인 배경이자 철학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차별들 간에 위계를 두어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떤 차별은 금지하고, 어떤 차별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으로, 차별금지의 범주를 선택할 수는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모든 차별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내용으로 제정돼야 한다. 특정 세력의 압력에 굴복않는 교육청의 결단을 바란다.

 

상담소는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반인권적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에 강력히 요구한다. ‘성소수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항목을 학생인권조례 권리조항에 다시 명시하라! 

 

2011. 9. 20. 

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