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07 / 2005-11-07
하루이틀 사이에 두 권의 책에서 두 작가의 말을 읽었다.
[나는 자신이 절대로 샐러리맨에는 맞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도 재능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샐러리맨이 되어도 할 수 없지’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무라카미 류, 13세의 헬로워크
[- 그래서 당신은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는가?
= 그렇다. 또 다른 이유는 내게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학위도 없었다는 점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서커스가 지나간다, 잡지 엘르Elle와의 저자 인터뷰 중에서
무라카미 류는 부모의 집을 떠나와서 재수를 하고 대학에 적을 두기는 했지만 출석을 열심히 하거나 학위를 따려고 애썼던 것 같지는 않다. 대학에서는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텼고 더 이상 버틸 수도 없고 취직해서 샐러리맨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 산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글을 썼다고 한다.
나는, 나는 월급을 받으며 회사를 다닌다. 같이 대학을 다닌 친구들보다 9년 늦었다. 회사에서 무조건 3년을 버티고 그래서 현실에 발을 딛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이다. 열흘 후면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2년, 숨가쁘게 흘러갔다. 처음 일 년은 회사가 멀어서 그저 아침 저녁으로 다니느라고 힘을 쏟았고, 그 다음 일 년은 회사가 가까워진 반면에 일이 너무 많아져서 죽을 동 살 동 야근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생활이 피폐해질 만큼 피폐해진 지금에야 바쁜 일은 일단락 되었는데, 웃긴 것은 바쁜 일이 일단락 된 이후로 오늘까지 일기를 안 썼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의 목마름은 점점 더 심해졌다. 시간이 좀 더 있으면 글을 쓸 텐데, 집중을 하려면 나만의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해, 짬짬이 틈을 내서 집중할 수는 없어, 그동안 야근을 하느라 몸이 지쳐서 힘들어, 뭐 이런 가지가지 이유를 대면서 나는 하루하루 글을 쓰지 않고 버텨왔다.
꿈에 한 동안 안 만난 친구가 나왔다. 그 친구와 나는 모호한 감정, 실은 좋지 않으나 차마 좋지 않음을 인정하지 못한, 한 마디로 유감을 품고 안 만나게 되었다. 유감을 품은 것은 나만일 지도 모르지만 결국 만나지 않게 되어서,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은 모호한 이유로 만나지 않게 된 후에 그 친구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친구가 꿈에 나왔다. 최근에 그 친구의 소식을 들어서인가? 아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됐어?’ 물었다. 그런데 아무 대답이 없다. 아무 대답이 없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마치 대학 교정 같은 공간이다. 여러 건물들 사이를 지나서 어떤 건물로 나를 데려간다. 길이 꽤 멀고 복잡하다. 어쨌든 목표한 곳에 다다랐다. 누군가 자고 있다. 대학교 과방이나 동아리 방 같은 곳에서 흔히 그러듯이 아무렇게나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운다. 그리곤 나에게 말한다. ‘이 친구한테 물어봐.’
??? 나는 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 질문에 대답을 안 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데려가서는 자기한테 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른 사람에게 들으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언제나 너무 조심스럽고 너무 사려 깊고 그래서 자기 마음 속에 있던 말을 못하는 친구였다. 글을 쓰는 친구였고, 내가 유감을 품고 안 만나게 된 계기도 실은 그 성격, 마음 속에 품을 말을 못하는 그 성격이 발단이 된 것이었다.
나는 불같이 화가 났다.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왜 니 말을 못해! 왜 니 입으로 니 말을 못해! 내가 너한테 물어봤지, 내가 무슨 어려운 거나 물어봤다고, 그게 무슨 남한테 물어볼 일이라고, 왜 니 말을 못하고 (등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단어)이야!!!’
난 너무너무 화가 났다. 우리가 왜 서로 안 만나게 되었는지, 내가 왜 너에게 유감을 품게 되었는지, 너는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왜 니 입으로 니 말을 못한단 말이니? 난 아무말이라도 좋으니 니 입으로 듣고 싶었다구…
꿈에 나온 글 쓰는 친구란 결국 나 자신이라고 한다. ‘왜 니 말을 못하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 것도 결국 나 자신에게 한 소리라고 한다. 니 말을 하라고. 왜 안 하고 왜 못하냐고. 매일매일 나의 최선의 목표는 글을 쓰는 것. 매일 글을 쓰는 것. 매일매일. 글을 쓰고 그리고 나서 살 것.
하루이틀 사이에 두 권의 책에서 두 작가의 말을 읽었다.
[나는 자신이 절대로 샐러리맨에는 맞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도 재능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샐러리맨이 되어도 할 수 없지’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무라카미 류, 13세의 헬로워크
[- 그래서 당신은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는가?
= 그렇다. 또 다른 이유는 내게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학위도 없었다는 점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서커스가 지나간다, 잡지 엘르Elle와의 저자 인터뷰 중에서
무라카미 류는 부모의 집을 떠나와서 재수를 하고 대학에 적을 두기는 했지만 출석을 열심히 하거나 학위를 따려고 애썼던 것 같지는 않다. 대학에서는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텼고 더 이상 버틸 수도 없고 취직해서 샐러리맨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 산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글을 썼다고 한다.
나는, 나는 월급을 받으며 회사를 다닌다. 같이 대학을 다닌 친구들보다 9년 늦었다. 회사에서 무조건 3년을 버티고 그래서 현실에 발을 딛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이다. 열흘 후면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2년, 숨가쁘게 흘러갔다. 처음 일 년은 회사가 멀어서 그저 아침 저녁으로 다니느라고 힘을 쏟았고, 그 다음 일 년은 회사가 가까워진 반면에 일이 너무 많아져서 죽을 동 살 동 야근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생활이 피폐해질 만큼 피폐해진 지금에야 바쁜 일은 일단락 되었는데, 웃긴 것은 바쁜 일이 일단락 된 이후로 오늘까지 일기를 안 썼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의 목마름은 점점 더 심해졌다. 시간이 좀 더 있으면 글을 쓸 텐데, 집중을 하려면 나만의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해, 짬짬이 틈을 내서 집중할 수는 없어, 그동안 야근을 하느라 몸이 지쳐서 힘들어, 뭐 이런 가지가지 이유를 대면서 나는 하루하루 글을 쓰지 않고 버텨왔다.
꿈에 한 동안 안 만난 친구가 나왔다. 그 친구와 나는 모호한 감정, 실은 좋지 않으나 차마 좋지 않음을 인정하지 못한, 한 마디로 유감을 품고 안 만나게 되었다. 유감을 품은 것은 나만일 지도 모르지만 결국 만나지 않게 되어서,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은 모호한 이유로 만나지 않게 된 후에 그 친구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친구가 꿈에 나왔다. 최근에 그 친구의 소식을 들어서인가? 아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됐어?’ 물었다. 그런데 아무 대답이 없다. 아무 대답이 없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마치 대학 교정 같은 공간이다. 여러 건물들 사이를 지나서 어떤 건물로 나를 데려간다. 길이 꽤 멀고 복잡하다. 어쨌든 목표한 곳에 다다랐다. 누군가 자고 있다. 대학교 과방이나 동아리 방 같은 곳에서 흔히 그러듯이 아무렇게나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운다. 그리곤 나에게 말한다. ‘이 친구한테 물어봐.’
??? 나는 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 질문에 대답을 안 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데려가서는 자기한테 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른 사람에게 들으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언제나 너무 조심스럽고 너무 사려 깊고 그래서 자기 마음 속에 있던 말을 못하는 친구였다. 글을 쓰는 친구였고, 내가 유감을 품고 안 만나게 된 계기도 실은 그 성격, 마음 속에 품을 말을 못하는 그 성격이 발단이 된 것이었다.
나는 불같이 화가 났다.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왜 니 말을 못해! 왜 니 입으로 니 말을 못해! 내가 너한테 물어봤지, 내가 무슨 어려운 거나 물어봤다고, 그게 무슨 남한테 물어볼 일이라고, 왜 니 말을 못하고 (등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단어)이야!!!’
난 너무너무 화가 났다. 우리가 왜 서로 안 만나게 되었는지, 내가 왜 너에게 유감을 품게 되었는지, 너는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왜 니 입으로 니 말을 못한단 말이니? 난 아무말이라도 좋으니 니 입으로 듣고 싶었다구…
꿈에 나온 글 쓰는 친구란 결국 나 자신이라고 한다. ‘왜 니 말을 못하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 것도 결국 나 자신에게 한 소리라고 한다. 니 말을 하라고. 왜 안 하고 왜 못하냐고. 매일매일 나의 최선의 목표는 글을 쓰는 것. 매일 글을 쓰는 것. 매일매일. 글을 쓰고 그리고 나서 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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