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다시 태어난것 같아요! 내모든 게 다 달라 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난 새사람이 됐어요 ♬)
6월 초순.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 시작되던 날.
보싱과 보싱N은 이사를 한다. 5평 남짓 조그만 옥탑방. 낮에는 햇살이 창에 들고, 창 밖으로는 초록의 울창한 나무가 보인다. 오랜 세월동안 지하생활자였기에 햇볕이 드는 집에만 산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생각했던 보싱N은 냉큼 이 옥탑방을 계약했다. 와우! 방문이 샤시와 유리로 되어있어서 문으로도 햇빛이 들어온다. 이럴 수가. 창문이 사방에 달려있어서 창문을 열어제끼면 초여름의 상큼한 바람이 나뭇잎 내음을 싣고 들어온다. 아....몸도 마음도 영혼도 충만한 스위트 홈에 우린 닻을 내린 것이다. 그야말로 동거를 한 후로 보싱N은 새사람이 된 것 같았다.
BGM,(할때도 안된 샤워를 하며 그멜로딜 따라해요 늘 힘들었던 나의 아침이 이렇게 즐거울수 있나요?♬)
아침에 눈을 뜬 보싱N은 아. 모든 집에 수맥이 흐르는 것은 아니구나. 가난한 집은 모두 수맥이 흘러 가위에 눌리는 것인 줄 알았던 보싱N은 생전 처음 보송보송한 아침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얼굴을 간지럽히는 햇살에 눈을 뜨게 될 줄이야. 보싱N은 평소에 하지도 않던 헬스를 접수하고, 먹지도 않던 모닝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맞이한다. 늘 힘들었던 나의 아침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BGM.(오~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마음 오 새로워라 처음 보는 내모습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세상도 참 살아갈만 할 거예요)
보싱과 보싱N은 몇날 며칠씩 모텔을 전전하며 개고생을 했던 나날들을 먼 과거의 일처럼 추억하며 놀라운 하루와 새로운 하루를 번갈아가며 보낸다.
그러나! 오~ 정말 놀라운 일들은... 오 마이 갓!
그 해 장마와 함께, 태풍을 동반하며, 찾아든다.
새롭게 탄생한 보싱과 보싱N은 가벼워진 영혼만큼 체중도 감량할 생각으로 저녁마다 헬스를 하고 공원을 산책한다. 땀을 흘리고 돌아오는데 비가 쏟아진다. “과소비적인 에너지 착취를 일삼으면서도 기후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지구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미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과, 이 자본주의적 환경파괴 시스템 때문에 기후변화가 심해졌어”라고 궁시렁거리며 하늘이 뚫어져라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그나마 내겐 아늑한 스위트홈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집에 들어선다. 문을 열자, 기다리던 반려강아지가 뛰어나와 품에 안았는데, 강아지의 털이 푹 젖어 있는 것이다. 방안을 들여다보며 보싱은 외쳤다. “와우! 우리집에 천연 폭포가 생겼어.” 회사에서 이 일 저 일 덥썩 덥썩 맡아서 하느라 여름 피서갈 엄두도 못 내던 보싱과 보싱N을 위해 우리의 안식처는 ‘피서지’마저 마련해 준 것이다. 침대가 있는 곳을 제외한 모든 천정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다. 폭포는 형광등 폭포, 문지방 폭포, 냉장고 밑 광천수까지. 거의 구룡폭포를 형성해가고 있다, 폭우는 판대기를 얼기설기 이어붙인 ‘나 죽었소’하는 빈약하고 병든 지붕을 인정사정도 없이 밤새 때려댔다. 누전이 될까 걱정 되어 차단기를 내린 채, 어두운 방 구석에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아.. 보싱N의 BGM은 어느새 쌍팔년도 시절.. “빈곤의 낭만화를 통해 청년의 쟁의정신을 무력화 시키고 삶을 변혁하기보다는 순응하게 하는 새파란 젊은이의 비주체적인 감성노래” [사노라면]으로 바뀌었다.
BGM.(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한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좍펴라...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아 어쩌란 말이냐. 젠장! 난 그 한밑천, 새파란 젊음이 없단 말이다.
보싱N은 그날 밤 과거에 해적판 비디오테이프를 어렵게 구해서 친구들과 빔 프로젝터로 쏘아보던 [춘광사설-해피투게더]의 이과수 폭포 앞에 서 있는 꿈을 꾸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포의 굉음을 들으며 가위에 눌리면서.무자막 해적판 [춘광사설-해피투게더]의 영상은 어느 낡은 홍콩영화관에서 찍어왔는지, 스크린에 비구름과 번개를 동반했기 때문에, 이과수 폭포 장면은 폭포가 아닌 안개만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그런 꿈을 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