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싱N 보싱, 동거욕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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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싱과 보싱N에게 올 것이 왔다. ‘더 이상 데이트만으론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동료로 지내다가 어렵사리 사귀기로 결정하고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던 시간이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데이트(date)의 뜻이 만남을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사실은 ‘헤어지기 위한 만남의 시간’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었다.모든 데이트에는 신데렐라의 파티종료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그 시간은 서로를 떨궈진 유리구두 신세처럼 고독하게 했다. 그런 허전함이 함께 하고 싶은 열망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1. 제안
혼자 집에 돌아온 보싱N은 보싱과 함께 있을 때 잘 생각나지도 않던 담배생각이 간절해진다. 지금의 사랑이 마치 시한부에 놓인 것 같은 위급함을 느꼈다. 사랑에 빠진 누구나 그렇겠지만, 보싱 N이 홀로 보내는 시간-누굴 만나든지 간에-은 보싱을 만나기 위한 대기시간으로 느껴졌다. 보싱과 나누지 않는 모든 시간들은 잉여의 시간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데이트의 ‘파티종료시간’을 연장시켜보고자 일상은 쪼개고 나눠진다. 두 사람의 모든 일상은 데이트를 향해 매진하느라 여념이 없다. 보싱N은 둘의 시간이 좀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보싱N은 보싱에게 말한다.
“우리 함께 살 집 구해 볼래? 같이 사는 거 어떻게 생각해?”
2. 거부
보싱은 보싱N의 제안에 그 특유의 올록볼록 엠보싱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예의상으로라도 나도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며 웃어보려 했지만, 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과 불안함이 솟아올랐다. 보싱N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함께 같이 있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실, 보싱은 단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었다. 아니 딱 한번 너무 고생스러웠던 한 달간의 독립 경험이 있다. 그 일 이후에 독립을 하게 되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 볼 작정이었다.
게다가 레즈비언 커플임을 가족에게 숨기면서 사는 것도 버겁게 느껴졌다. 보싱은 부모님이 결혼외에는 어떠한 경제적 원조를 해줄 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버티다가 가족으로부터 빌미를 얻어 원조를 받으리라 결심하고 있던 터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싱은 경험상 ‘레즈비언 커플이 동거를 하게 되면 곧 이별이다
‘라는 공식을 믿고 있었다. 서로의 사생활을 모두 공유하게 되고 갈등을 빚게 될까봐 걱정이 앞섰다. 이별을 단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보싱은 동거에 대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같이 살아도 내년에 계획해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난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3. 승인
보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치사하게 모텔비까지 들먹이고 찌질하게 같이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투정을 하고,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고시원으로까지 말도 안되는 설득을 했다. 이러한 구차한 설득 따위에 보싱의 마음이 돌아선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 시작 6개월, 서로에게 맞춤형인 것 같은 접착 호르몬이 샘솟는 이 시간이 바로 치열하게 동거욕이 샘솟는 시간! 이렇게 샘솟는 열망만이 두려움과 불안함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목민처럼 이곳 저곳을 떠돌던 보싱과 보싱N의 사랑은 드디어 정착할 움을 틀게 되었다.
4. NO TO WAR!
보싱N은 무허가 옥탑방에서 삐뚤빼뚤 뻗어 내려가 있는 좁은 골목길을 내려다보며 생각해본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를 앞세워 동거를 하지 않기로 하고, 몇 년쯤 지났다면 그렇게도 애타게 같이 살고 싶어했을까? 동거 시작 9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단지 호르몬의 장난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LOVE & PEACE! 구태의연한 구호지만, 사랑은 동시에 평화를 갈망한다. 더욱 평온한 둥지를, 더욱 평화로운 시간을, 서로에게 깃이 되어주는 사랑과 함께. 그 둥지가 아직은 불안한 절벽위에서 찬 바람을 맞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임시적이나마 둥지를 트는 이유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정녕 사랑의 파트너는 전쟁이었던가. 아늑해 보이는 5평 남짓한 이들의 둥지에 감도는 전운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자 그럼. 닭살 돋는 사랑타령은 여기까지.
치열한 사랑의 다른 이름, 이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자, 그럼. 2주 후에 뵙겠습니다. ㄸ ㅏ o ㄸ 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