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이 아니지 --;;;
1993년에서 1994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이었다.
연합 동아리에서 겨울 훈련을 갔다.
난 3학년이 끝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훈련은 받지 않아도 되었다.
설산 보행법 정도는 배웠지만 빙벽 훈련은 장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저학년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내가 제대로 겨울 산행 훈련을 했더라면
저학년 학생들을 가르쳐야 되는 학년이지 새로 배울 학년은 아니었다.
그때 우리 동아리 1학년생이 설벽 훈련을 받고 있었는지 빙벽 훈련을 받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따로 떨어져 나와서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쳤다.
조교는 ‘나는 할 수 있다’를 열 번 외치라고 시켰다.
후배는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때 마음이 좀 건조한 상태였다.
저 조교는 왜 뜬금없이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라고 시키며
저 후배는 외치면 되지 왜 울음은 터뜨리는가…?
뜨아한 심정으로 쳐다 본 기억이 난다.

내 마음은 그때 왜 그렇게 건조했을까?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지쳐있었을까?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훈련에서 다른 학교 후배들까지
나를 무지 따랐던 걸 기억해 보면,
‘엄마 같다’는 소릴 들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나는 또 무리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좋은 사람인 척 하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쯥.

지난 겨울에 어쩐지 그때 생각이 계속 났다.
그때 그 조교가 시켰던 ‘나는 할 수 있다!’가 계속 떠올랐다.
그 놈은 뭔가 아는 놈이었던 거고,
우리 학교 후배는 정곡을 찔렸던 거다.
능력이 안 돼서 못하는 일보다는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대로 찍어보지도 못하는 일이 더 많다.
누가 내 동생한테 이걸 좀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혼자 방바닥을 파서라도 이걸 좀 배우든지.
중은 제 머리만 못 깎는 게 아니라
제 동생 머리도 못 깎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