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팅 피해 보도 후 더 극심한 아웃팅 당해

아웃팅 피해 보도 후 더 극심한 아웃팅 당해
서울 용산경찰서 이 아무개 일경

                                                  오마이뉴스 노형근기자

지난 8일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동성애를 바라보는 군대의 눈은 후진국?"이라는 기사에서 본 기자는 서울 용산경찰서 제606전투경찰대 소속 이 아무개 일경이 부대 내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발각돼 아웃팅 피해를 당한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1월 18일 이 일경은 "[호소합니다] 감금 생활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다. 이번 호소는 지난 12월 30일과 31일 자신의 아웃팅 피해를 사회에 폭로한 데 이은 두 번째다.

호소문에 의하면 이 일경은 언론 보도 후 부대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일제 막고 있으며 생활실에서 감금생활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단식투쟁에 돌입했으며 결국 경찰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이 일경은 부대에 책임을 묻기 위해 자신의 사태를 사회에서 공론화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웃팅 후 경찰병원 입원까지

이 일경의 아웃팅 피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아웃팅을 당한 후 자신이 사례를 남의 얘기처럼 언론에 보도하기까지이고 둘째는 자신의 이야기가 보도를 통해 사회에 알려지게 되면서 오히려 더 극심한 피해를 입어 경찰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이 일경이 아웃팅을 당해 경찰병원에 입원하기까지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이 일경은 자신의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하루의 일과를 일기로 쓰는데 부대 공용 컴퓨터를 이용했다. 다른 부대원들이 볼까 봐 폴더를 따로 만들어 찾기 어려운 곳에 저장해 두었지만 동료 대원이 우연히 보고 이 일경이 게이(gay)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료 대원은 고심 끝에 고참에게 이 일경의 성 정체성을 말해 아웃팅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

이 일경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놀림 당하게 되자 한 언론에 자신의 아웃팅 피해를 남의 이야기인양 시민기자 자격으로 폭로함은 물론 또 다른 언론의 '여론마당'을 통해 본명을 밝히면서까지 아웃팅 피해를 소개해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 이 아무개 일경은 한 언론 '여론마당'에 자신의 본명을 밝히면서까지 전경부대에서 아웃팅을 당한 내용을 투고했다.(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모자이크 처리) 
ⓒ 노형근

군대 내 동성애병사 인권 논란의 핵심이 된 이 일경을 만나기 위한 일부 언론매체와 인권단체의 접촉이 있었으나 서울 용산경찰서 제606전투경찰대에서는 이 일경이 외부와의 소통을 일제히 금하면서 화장실 이용을 제외하고는 생활실에 감금시켰다.

이에 격분한 이 일경은 10여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여 경찰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이후 집중감시에서 벗어난 이 일경은 컴퓨터로 언론에 다시 한번 호소하면서 자유로이 경찰병원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더니 왜?

지난 12월 31일 한 언론에 자신이 아웃팅 당했다는 기사를 쓴 이 일경은 당시 기사에 밝힌 글에서 "더 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커밍아웃을 결심했다"며 "그렇지만 가족에게는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그런 그가 또다시 언론에 호소하면서 이번에는 아예 공론화 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 일경은 '왜 자신의 본명을 드러낸 채 언론플레이를 했을까?' '어째서 동성애 단체나 인권단체에 알리지는 않고 언론에 폭로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 일경이 전경으로 입대하기 전까지 많은 충고와 고민을 들어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흐르는 물(가명) 위원과 18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 일경의 아웃팅 사례에 대한 입장을 들어 보았다.

- 서울 용산경찰서 제606전투경찰대 소속 이 아무개 일경이 사회에 알려지게 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아웃팅으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심했다면 성소수자단체에 도움을 요청해야 마땅했다. 이 일경이 여러 언론의 시민기자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아웃팅 피해를 언론플레이 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그렇다면 이 일경이 아웃팅 피해를 성소수자단체체에 호소한 적이 없었나?
"붉은이반(민주노동당 이반 당원 및 지지자 모임)을 통해 호소한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밝히기보다는 모종의 SOS에 그쳤을 뿐더러 이미 언론에 자신의 아웃팅 피해를 알린 후에 붉은이반 카페에 글을 올렸을 뿐이다. 그 외에는 성소수자단체에 진정한 적은 없었고 대부분성소수자단체 활동가들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다."

- 이 일경이 18일 언론을 통해 밝힌 호소문에는 언론보도 후 더 악화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오히려 이 일경에게 되묻고 싶다. 성소수자단체에 알리지 않고 언론에 기사화한 연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공론화 방법이 언론플레이 밖에는 없었는지? 이 일경은 튀고 싶은 경향이 심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금기로 받아들여 자칫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까지 이용해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의도적인 행위의 일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절대로 비밀로 하고 싶다던 사람이 언론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커밍아웃 하고 그로 인해 감금생활, 단식투쟁 등으로 경찰병원에 입원까지 했음에도 성소수자단체에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 아니라 또 언론에 '더 큰 이웃팅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언론 통해 커밍아웃한 책임을 어떠한 형태로든 져야할 것


이 아무개 일경이 부대에 요구한 사안

첫째, 커밍아웃 이전과 같이 각종 금지나 행동의 제약을 풀고, 향후에도 이러한 부당한 대우나 징계가 없을 것을 약속하고 조치해 줄 것.
 
둘째, 대원들이 외부인권단체나 시민단체의 상담이나 대화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개방하여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인권단체가 필요로 할 때 전의경 부대 대원 및 지휘요원들에게 인권교육을 실시 할 수 있도록 보장조치해줄 것.
 
셋째, 성 소수자 인권문제의 공론화를 통해 성 소수자 인권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계기로 만들어 줄 것.

이 일경이 18일 공개한 호소문 "[호소합니다] 감금 생활중입니다"에서 부대에 세 가지를 요구한 내용.(호소문 전문 공개시 여러 피해 우려가 있어 일부 내용만 밝힘)


- 이 일경은 부대에 요구한 세 가지 사항은 어떻게 생각하나?
"세 가지 요구는 정당하다. 다만, 자신의 피해사례를 근거로 나온 발상인지 아니면 단순한 인권지침을 자기의 발상인양 말한 것인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구체적으로 아웃팅 피해가 현실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단어 나열만으로는 판단의 준거를 삼을 수 없어 추후 실상 파악 후 대처해야 할 부분이다."

- 이 일경의 아웃팅 피해사례를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차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서울 용산경찰서 제606전투경찰대에 문제제기한 적이 있나?
"작년 12월 30일에서 31일 사이에 언론에 아웃팅 당한 사실을 폭로하고 18일에 또 한번 부대에서 감금시켜 단식투쟁으로 경찰병원에 입원했다고 언론에 폭로하고 나서 이 일경 스스로 문제를 삼았을 뿐 아직 어떠한 문제제기도 없었고 사건 경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차원에서 이 일경과 서울 용산경찰서 제606전투경찰대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고 단식투쟁을 할 만큼 극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는지 실상 파악부터 나설 것이다. 그런 다음 양쪽의 면담결과를 기초로 대책을 연구할 계획이다."


▲ 지난 12월 30, 31일 한 포털사이트에 부대 내에서 아웃팅 당했다는 글을 올린 이 일경은 말미에 해당글을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위협을 주기도 하였다. 
ⓒ 노형근

- 끝으로 이 일경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언론플레이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도 꾹꾹 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선전하고 싶은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 일경은 우연히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발각돼 잘 이해해주는 고참 대원에게 커밍아웃을 했고 고참대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인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일경은 아예 본명을 밝혀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는 알려지기가 싫다면서 인터넷에 유포하면 고소까지 하겠다고 불특정 다수에게 협박까지 했다. 그런 이 일경 자신이야말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여러 군데에 글을 올리고 언론에 본명을 걸고 기사로 쓰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일삼았다.

또한 이 일경은 전경으로 입대하기 전에 고건 전 총리를 존경하는 인물로 말하고 다녔지만 고건이라는 인물보다는 그 당시 2007년 1~2월 대선 유력 후보로 고건의 바람이 거센 대선 전야 상황에서 고건을 지지하면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무엇보다 크다고 판단에 따라 성소수자들에게 큰 파급효과를 안겨다 줄 수 있다는 계산으로 고건 전 총리 쪽에 선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고건 전 총리를 쫓는 행보나 자신이 아웃팅을 당했는데도 남의 이야기인양 언론플레이 하는 모습이나 자기를 드러내 보이고 싶은 욕망에 찬 튀고 싶은 경향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일경은 현재 군인 신분이지만 전역 후 정치적 선택과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 한 책임을 어떠한 형태로든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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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8 18:22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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