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입구 갤러리 상에서 고찬규 전시회를 4월 19일까지 한다. 제목은 ‘monologue 상실의 시대에서’.
포스터에 들어있던 남자 그림에는 저 멀리에 무지개가 떠 있다. 남자가 100호, 공간이 100호, 무지개가 들어있는 저 하늘 끝이 또 100호다. 그만한 크기의 캔버스가 100호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붉은 바탕에 가난한 부부가 서로의 어깨를 껴안고 서 있다. 나 자신과 상대방 외에는 세상에 기댈 곳이라곤 하나도 없는 가난한 부부의 모습에서 나와 메롱의 모습을 본다. 또 내가 아는 다른 커플들의 모습도 본다. 그들의 모습을 잘 보려고 계속 뒷걸음질 치다가 문득 한 손에 개나리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남자를 본다. 일상의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한 손에 개나리꽃을 한 송이 들고 있다. 다른 손은 펼쳐진 채 손바닥을 위로 하고 있다. 일상의 고통에 일그러진 남자의 얼굴은 곧 울 듯 하면서도 묘하게 묵묵하고 고요하다. 한 송이 개나리꽃의 위로가 심심치 않다.
두 폭의 긴 캔버스가 나란히 걸려 있다. 조금 떨어져서. 오른쪽에는 마른 남자가 장식 없는 긴 의자에 쭈그려 앉았다. 남자의 머리 끝과 슬리퍼를 신은 발 끝은 캔버스에 다 담기지 못하고 삐져나갔다. 그 삐져나간 모양이, 잘려서 화폭에 담기지 못한 머리 끝과 발끝이 그 남자의 모자람, 상대적 박탈감, 빈곤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자는 왼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남자의 등 뒤로 왼쪽 캔버스에는 두 손을 모아 한 손가락 끝을 입에 댄 여자가 서 있다. 여자의 몸도 캔버스에는 몸통만 담겼다. 그것으로도 그 여자의 정서를 전달해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여자는 고민하는 것 같다. 아마 사랑에 빠졌나 보다. 남자가 오른쪽 끝에 앉아 있는 것처럼 여자는 왼쪽 끝에 서 있다. 등을 오른쪽으로 하고. 두 남녀는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그게 무척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환희에 찬 것도 아니다. 두 남녀는 일단 볼품이 없다.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은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는 그림과 묘한 부조화를 이룬다. 사랑은 마치 티비에 나오는 잘 생긴 남녀들이나 하는 것처럼. 설레임과 고민은 있지만 낭만과 화려함은 없는 사랑이다.
전시장 안쪽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젊은 여자의 그림이 있다. 얼굴은 올려다본 듯이 앞 머리카락만 조금 보이고 위뚜껑이 보이지 않아서 언뜻 보면 대머리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각도 때문이지 머리카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리는 접어서 손에 든 우산의 윗부분이 조금 보이는 부분에서 잘려 있다. 모아진 우산 날개가 위에서 내려다본 듯 하다. 이 젊은 여자를 보는 각도가 마음에 든다. 배와 가슴 사이에 시선을 두고 얼굴은 올려다보고 다리는 내려다 보는 각도다. 말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마음을 끄는 각도다.
나오는 길에 빨간 바탕의 부부, 아니 남녀의 그림 값을 물어봤더니 잘은 모르겠지만 1천만원 안팎일 것이라 한다. 와~ 애마부인 판화가 80만원이라 해서 월급을 털면 사겠구나 했더니, 이건 전세집을 내놔야 살 수 있는 돈이다.
걸어나오면서 절약에 대한 다짐을 해본다. 나는 그림을 사고 싶다. 또는 뭐 그 비슷한 것을 사고 싶다. 나는 내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갖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아껴 살자고 생각해 본다. 돈 쓰기를 좋아해서 얼마나 아껴 살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아아, 언젠가는 너무너무 심금을 울리는 한 편의 작품을 위해서 좀 아껴서 살아보자고 생각한다.
포스터에 들어있던 남자 그림에는 저 멀리에 무지개가 떠 있다. 남자가 100호, 공간이 100호, 무지개가 들어있는 저 하늘 끝이 또 100호다. 그만한 크기의 캔버스가 100호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붉은 바탕에 가난한 부부가 서로의 어깨를 껴안고 서 있다. 나 자신과 상대방 외에는 세상에 기댈 곳이라곤 하나도 없는 가난한 부부의 모습에서 나와 메롱의 모습을 본다. 또 내가 아는 다른 커플들의 모습도 본다. 그들의 모습을 잘 보려고 계속 뒷걸음질 치다가 문득 한 손에 개나리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남자를 본다. 일상의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한 손에 개나리꽃을 한 송이 들고 있다. 다른 손은 펼쳐진 채 손바닥을 위로 하고 있다. 일상의 고통에 일그러진 남자의 얼굴은 곧 울 듯 하면서도 묘하게 묵묵하고 고요하다. 한 송이 개나리꽃의 위로가 심심치 않다.
두 폭의 긴 캔버스가 나란히 걸려 있다. 조금 떨어져서. 오른쪽에는 마른 남자가 장식 없는 긴 의자에 쭈그려 앉았다. 남자의 머리 끝과 슬리퍼를 신은 발 끝은 캔버스에 다 담기지 못하고 삐져나갔다. 그 삐져나간 모양이, 잘려서 화폭에 담기지 못한 머리 끝과 발끝이 그 남자의 모자람, 상대적 박탈감, 빈곤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자는 왼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남자의 등 뒤로 왼쪽 캔버스에는 두 손을 모아 한 손가락 끝을 입에 댄 여자가 서 있다. 여자의 몸도 캔버스에는 몸통만 담겼다. 그것으로도 그 여자의 정서를 전달해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여자는 고민하는 것 같다. 아마 사랑에 빠졌나 보다. 남자가 오른쪽 끝에 앉아 있는 것처럼 여자는 왼쪽 끝에 서 있다. 등을 오른쪽으로 하고. 두 남녀는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그게 무척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환희에 찬 것도 아니다. 두 남녀는 일단 볼품이 없다.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은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는 그림과 묘한 부조화를 이룬다. 사랑은 마치 티비에 나오는 잘 생긴 남녀들이나 하는 것처럼. 설레임과 고민은 있지만 낭만과 화려함은 없는 사랑이다.
전시장 안쪽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젊은 여자의 그림이 있다. 얼굴은 올려다본 듯이 앞 머리카락만 조금 보이고 위뚜껑이 보이지 않아서 언뜻 보면 대머리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각도 때문이지 머리카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리는 접어서 손에 든 우산의 윗부분이 조금 보이는 부분에서 잘려 있다. 모아진 우산 날개가 위에서 내려다본 듯 하다. 이 젊은 여자를 보는 각도가 마음에 든다. 배와 가슴 사이에 시선을 두고 얼굴은 올려다보고 다리는 내려다 보는 각도다. 말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마음을 끄는 각도다.
나오는 길에 빨간 바탕의 부부, 아니 남녀의 그림 값을 물어봤더니 잘은 모르겠지만 1천만원 안팎일 것이라 한다. 와~ 애마부인 판화가 80만원이라 해서 월급을 털면 사겠구나 했더니, 이건 전세집을 내놔야 살 수 있는 돈이다.
걸어나오면서 절약에 대한 다짐을 해본다. 나는 그림을 사고 싶다. 또는 뭐 그 비슷한 것을 사고 싶다. 나는 내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갖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아껴 살자고 생각해 본다. 돈 쓰기를 좋아해서 얼마나 아껴 살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아아, 언젠가는 너무너무 심금을 울리는 한 편의 작품을 위해서 좀 아껴서 살아보자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