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카드

크리스마스에도 새해에도 카드 한 장 쓰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전에 가르친 학생에게 보내려고 산 책도 너무 늦게 주문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이브에야 편의점에서 찾아왔다. 그리고 그 책은 아직도 회사 책꽂이에 꽂혀 있다. 카드 한 장을 쓸 여유가 여태 없었기 때문에.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하는 생각에 화가 난 김에, 사실 더 미룰 수도 없지만, 새해 카드를 몇 장 샀다.
점심 먹으러 나갔다 들어오던 길에. 회사 근처 문구점에서.

중년 고양이에게 쓰고, 중년 고양이의 엄니께도 썼다.
별 내용은 없다. 그저 건강하세요, 일 잘 되세요 하는 새해 덕담일 뿐이다.
그래도 쓰니 좋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설날 즈음에나 받게 될 학생에게도 카드를 썼다.
'너 주려고 산 만화책, 내가 먼저 읽었다. 잼 있더라... '
[울기엔 좀 애매한]이라는 만화책이다.

동생에게도 썼다.
'서른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 마흔을 바라보게 되었다.
사는 게 아둥바둥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그래도 올해는 우리 둘 다 미중년이 되자!'

결론은 미중년이 되자...
엉뚱한 언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도 사실...

그렇게 쓰니 네 장이 동났다.
부모님께도 쓰고 싶었는데.

어제 발가락에 얼음이 박혔다는 중년 고양이와 찜질방에 갔다 나오는 길에 옆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몇 장 더 샀다. 엄니, 아배에게도 써야지.

엄니, 아배한테 쓰고 남으면 친구들에게도 쓰려고 한다.
친구들, 동아리 언니들, 상담 선생님, 그리고 또... 또 다른 언니들...

왜 카드 한 장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을까? 
왜 친구들 만난지가 언젠지 너무너무 까마득할까? 
왜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싶은 것도 참고 살아야 할까? 

연간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1월 친구들을 주중에 한 번 본다
2월 설, 동아리 신년회, 고양이+엄니와 온천
3월 전 직장 동료들 (작년 연말 모임이 미뤄짐)
4월 친구들 (누군가의 생일)
5월 동아리 사람들과 산행
6월 고양이와 여행, 친구 생일
7월 부모님, 동생과 지리산 휴가
8월 칩거...

계획도 숨차다... 칩거만 하고 싶구나...


빠알간 뽀 2

댓글 2개

새님의 코멘트

부끄럽지만 팬심을 밝혀봅니다. ㅎㅎ 지금도 충분히 예쁘실 것 같은! 뽀님, 새해에는 더 아름다워지시길..

뽀님의 코멘트

헉! 감사합니다! 저도 제 사진을 보기 전에는 늘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뭔일이 있어서 찍힌 사진의 제 모습을 보면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