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1년 전까지만 해도 커밍아웃 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커밍아웃 같은 걸 뭐하러 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가족, 친구, 아는 사람 등 모든 인간 관계가 망가질 게 뻔한데 말이에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부쩍 커밍아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한테 말 못할 비밀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에요. 요즘 들어서 레즈비언 이라는 것 뿐 아니라 모든 숨겨왔던 얘기를 다 털어놓고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기억하는 저의 제일 어릴 때 모습은 유치원 때인데요, 저는 그때부터 이미 여자를 좋아했습니다.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저의 경우엔 거의 선천적이었죠.
물론 어릴 땐 양성애자에 가깝긴 했지만요.
예전엔 막연하게 언젠가는 이성에 관심이 생기겠지, 연애에 관심을 갖겠지 하면서 살았었는데 이제는 그냥 납득하게 됐어요. 아, 난 동성애자구나...
중고등학생 시절엔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기면 걔를 꼭 친구로 사귀었죠.
친구라는 형태가 아니면 난 쟤한테 가까이 갈 수 없으니깐...
걔는 친구로서 손 잡고, 팔짱 끼고, 서로 때리고 만지고, 껴안기도 하고 하는데 그럴 때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죠.
물론 좋기도 하지만, 이내 우울해 졌어요. 나는 좋지만 쟤가 알 게 된다면 엄청 싫어할 테니깐...
커밍아웃 할 생각은 없다고 했었지만, 정말 가끔은 너무 미안하고, 깝깝하기도 해서
"난 널 친구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널 좋아해서 꼭 친구로 만들고 싶었던 거야..."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여행이나 학교에서 수학여행 같은 걸 갈 때 제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거나 할 때면 더더욱 죄스러웠죠.
한 번은 중학생 때 소풍날이었는데 놀이동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제가 친구 중 한 명과 좀 다투기도 했고, 너무 피곤하기도 해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찌푸린 얼굴로 눈을 감고 조용히 가고 있었습니다.
제 옆엔 제가 좋아하던 애가 앉았었는데요, 잠 자려는 저한테 자기 잠바를 벗어서 덮어주는 겁니다.
자기는 그냥 친구가 자니깐 이불이나 덮어주자 하는 생각이었겠죠... 근데 전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좀 웃기기는 하지만 원래 사랑했던 애가 더 더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죠.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착할 때까지 자는 척 했지만...
아~ 너무 감상적이 되서 이상한 소리만 많이 했네요.
요는 커밍아웃을 할 때 어떤 형태로,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 게 가장 바람직 할까요?
하긴, 만약 한다면 뭘 어떻게 하든 큰 시련을 피할 순 없겠지만요. 요즘들어 부쩍 커밍아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것도 아니면,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게 나을까요...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 2개
상담소님의 코멘트
상담소입문자님의 코멘트
입문자걍 냅둬야겠네요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