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감정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얻어가는 시간
-두두
원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사포의서재에서 송라이팅 워크숍을 기획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헐, 저도 할래요’ 싶었다. 그런데 가족전시에서 지구님의 공연을 보게 되었을 때, 지구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가사가 내 가슴에 직접 꽂히는 것 같았고,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드리러 가면서 꼭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번 워크숍은 1주차에 가사를 쓰고, 2주차에 멜로디를 만들고, 3주차에 노래를 연습하고, 4주차에 공연하는 일정이었다. 꽤나 하드한 일정이라 그런지 다른 분들은 기겁하기도 했는데, 나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나는 결과물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편이라 ‘좋은데?’ 싶었다. 첫날부터 바로 가사를 쓴다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말 첫날에 가사를 뽑아버렸다. 내가 그날 바로 가사를 쓰게 된 것도 신기했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지구님께서는 가사를 쓰면서 요즘 내 안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을 적어보라고 했다. 그 감정들을 어떤 색깔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은지를 하나씩 작업해가며 가사를 만들어갔다.
나는 평소에도 고민이 많은 편이고 상담을 받으면서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이나 생각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다. 그래서 노래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그 안에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아보고 싶었다.
내 안에는 나에게 악플을 다는 자아가 있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평가하면서 ‘너는 안 돼’, ‘너는 못 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네가 뭐라고 나대’ 같은 말을 한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나를 작아지게 만들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들이 나를 괴롭게 한다.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하는 말을 가사에 담아보고, 그 말에 내가 다시 대답해보고 싶었다. 나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를 옹호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옹호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곡의 제목도 「Dudu’ sexuality education (두두의 성교육 시간)」이다ㅋㅋ. 말 그대로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교육하듯 풀어낸 노래다.
가사를 만드는 것과 달리 멜로디를 만드는 과정은 꽤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노래의 스타일이 있어서 그걸 구현해보고 싶었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했다. AI를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만들어진 멜로디를 들으며 가사를 추가하고 수정하기도 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나 혼자 점점 더 고통받고 있었던 것 같다ㅋㅋ. 멜로디를 만들면서 거의 미쳐가고 있었는데 로운님이 ‘두두님 멀리서 보면 희극이에요’라고 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좋았던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는 점이다. 지구님이 작업할 수 있는 길을 잘 열어주셨지만,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떤 표현을 할지, 어떤 노래를 만들고 싶은지는 내가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결과물을 위해 계속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나 말고 다른 분들의 노래를 듣는 것도 정말 좋았다. 각자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노래를 만들었는데, 그 노래를 듣다 보면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그 사람의 일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도 재미있었다. 같은 워크숍에서 같은 과정을 거쳤는데도 결과물은 전혀 달랐고, 각자의 이야기가 각자의 방식으로 노래가 되는 게 좋았다.
처음에는 내 노래를 만드는 일이니까 차라리 혼자 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함께 지켜보고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만드는 과정이 왜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듣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작업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고, 혼자였다면 생기지 않았을 상호작용과 역동이 분명히 있었다.
지구님이 음악치료를 하시는 분이기도 해서인지, 작업하는 시간 자체도 편안했다. 단순히 노래를 만드는 방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발표회 날에는 지금까지 열심히 만들고 연습한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불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던 중 특정 가사에서 나도 예상하지 못하게 울컥했다. 그 부분에는 내가 평소 나에게 하던 악플이 담겨 있었다. 가사를 쓰고 연습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직접 부르고 있으니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던 것 같다. 내가 만든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부르는 일이 단순히 결과물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결국 내 이야기를 직접 꺼내놓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노래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 것도 좋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방법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감정을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만의 노래 만들기를 직접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다음에도 상담소에서 이런 송라이팅 워크숍이 열렸으면 좋겠다. 노래를 좋아하는 회원분들도 많이 참여해봤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평소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도 한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으면 한다.
꼭 노래를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한번 해보는 것. 나에게는 이번 송라이팅이 그런 기회가 되었다.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체리
일정 상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마지막 발표에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통해 참여자들의 인생을 살짝이나마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참여자 분들과 지구님의 노래가 너무 좋았어서 아직도 여운이 남네요!
앞으로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기획 | 사포의서재
쿠, 체리, 현토, 백범, 요다, 한알, 채원
진행·강의 | 이지구
참여 | 두두, 로운, 김미르, 오선미
현장 지원 | 채원, 쿠, 체리
장비 지원 | 쿠
디자인 | 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