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최근 보도된 여성 간 성폭력 사건의 수사·사법 절차, 언론 보도, 온라인 반응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성폭력의 성립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성폭력을 여전히 남성 가해자와 여성 피해자의 구도로만 상상하며, 여성 간 성폭력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관계 갈등으로 축소한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언론 보도와 온라인 반응에서도 이러한 고정관념이 드러났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성폭력과 협박, 폭행, 스토킹 등 일련의 폭력이 어떻게 발생했고 그 피해와 범죄의 중대성이 수사와 사법 절차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가이다.
1. 성폭력의 성립을 성별로 판단하지 말라.
성폭력의 본질은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이 아니라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적 침해에 있다. “여성끼리 어떻게 성폭력이 가능하냐”는 질문은 피해자의 경험을 의심하게 하고, 성폭력 피해를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 장벽이 된다. 성폭력 판단 기준에는 성별의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2. 성폭력의 실체를 축소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
현행 성폭력 관련 법과 처벌 체계는 여전히 이성애·이분법적 성별 구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관계와 성폭력의 양상을 포괄하지 못한다. 법과 제도는 성별과 관계의 형태에 관계없이 다양한 성폭력의 실체와 피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3.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언론 보도와 2차 가해를 중단하라.
일부 언론은 피해자의 혼인 여부와 사적인 대화를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온라인에서는 여성 간 성폭력의 가능성을 부정하거나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과 온라인 이용자는 피해자의 존엄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관계 기관은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다음을 요구한다.
• 성별과 관계없이 다양한 성폭력의 양상과 피해를 포괄하고, 범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개선할 것
• 피해자의 안전과 회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를 보장할 것
• 성폭력을 이성애·이분법적 성별 구도로만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과 언론 보도 관행을 개선할 것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의 존엄과 안전이 보장되고, 성폭력의 경중과 피해를 편견으로 판단하지 않는 사회를 촉구한다.
2026년 11월 5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