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캐나다 밴쿠버 교육청 <동성애자 청소년의 부모 및 가족구성원을 위한 질문과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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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이 동성애 청소년을 지지한다

학부모를 위한 ‘질문과 답’ 펴낸 밴쿠버 교육청

케이 기자
2007-03-26 21:28:15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 지난 21일 캐나다 밴쿠버 교육청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상담소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자료 하나를 보낸다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동성애자 청소년의 부모 및 가족구성원을 위한 질문과 답변>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첨부돼있었다.

“자녀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세요”

<동성애자 청소년의 부모~> 문서는 십대 동성애자를 자녀로 두었거나 십대 동성애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궁금증에 대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아이가 동성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가족과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나?”, “우리 아이와 가족이 차별을 당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질문 열 가지와 그에 대한 밴쿠버 교육청 ‘반동성애공포증 컨설턴트-사회 책임 및 다양성 팀’의 답변이 그것이다.

“어린이와 십대 모두는 자신에 대하여 좋은 느낌을 가져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문서가, 십대 동성애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구성원들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제안하는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자녀의 고민을 함께 하기 위해 용기를 낼 것. 자녀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할 것. 동성애의 원인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동성애자의 권리가 침해 받는 상황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 자녀가 동성애자가 된 것에 대해 당신 스스로를 탓하지 말 것. 타인에게 당신 자녀의 정체성에 대해 드러내는 문제는 전적으로 당신과 자녀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

이와 더불어 동성애자의 권리와 관련된 법 제도를 소개한다. <캐나다 권리 자유 헌장>과 <브리티시 컬럼비아 인권법>이 성 정체성을 매개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동성 간 결혼이 합법적이라는 것. 또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새 교과과정인 K-7 ‘건강과 진로’, ‘사회’ 과정에서 다양한 가족형태 및 동성애공포증 등을 다루고 있다는 것.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동성애자 권리 문제에 친숙하게 접할 수 있으며, 고등학교 과정까지 관련 교육을 이어간다는 것.

이어 <동성애자 청소년의 부모 및 가족 구성원을 위한 질문과 답변>은 동성애자 당사자 및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단체 및 모임 정보목록을 담고 있다.

공교육 의무로써 동성애자 권리 증진

<질문과 답변> 자료는 무척 긍정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국가 기관인 교육청에서 제작, 배포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아마도 토대가 되는 관련법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 공교육이 어린이와 십대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포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동성애자 권리 문제를 중요히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동성애자 권리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캐나다 내에서 차근차근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둘째, 십대 동성애자의 가족구성원이 각자에게 편한 언어로 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 또한 감동적이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로 발송된 자료는 같은 내용을 영어, 일본어, 한국어 이렇게 세 가지 언어로 제작한 것이다. 수신처가 한국단체인 것을 고려한 것이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문서의 한국어 판이 있기에 한국단체를 검색해 송신했을 것이고 말이다.

어쩌면 밴쿠버 교육청이 제작한 자료는 위 세 가지 언어보다 더 다양한 언어의 판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밴쿠버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에 대한 배려라고 볼 수 있으며, 동성애자 권리 증진을 위한 교육청의 노력이 전시행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셋째, 교육청이 레즈비언과 게이 당사자를 직접 돕는 활동만큼이나 이들의 가족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성애자 정체성은 당사자에게는 물론 가족구성원들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것으로 다가가기 쉽다. 동성애가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섬세하게 알려주는 올바른 정보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와 지식이 늘면 언짢은 느낌도 바뀝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밴쿠버 교육청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십대 동성애자의 가족구성원들에게 이해와 안심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한국 교육청도 아이디어 얻길

이 자료는 한국 교육현장의 척박한 현실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오늘도 무수한 한국의 십대 이반(동성애자)들은 동성애자의 존재를 완전히 삭제하거나 비정상으로 묘사하고 있는 교과과정을 학습하고 있다. 한국의 동성애자 십대들은 가정과 또래집단과 학교에서 끊임없는 감시의 눈초리에 시달리고 있고, 도움 청할 마땅한 곳도 없이 괴로워하고 있다. 소수의 동성애자 권리운동단체나 몇몇 인권운동 진영만이 십대 교육현장에 뿌리 깊은 ‘동성애 혐오’를 없애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한국 사회의 제도와 교육과정은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어린이와 십대들이 동성애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므로 동성애자의 가족구성원들의 이해를 돕는 자료를 교육청이 발간해 주기를 기대하기란 우리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도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십대 이반들은 자신의 신분에 불이익이 생길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면 교사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과 과정에는 동성애자의 존재를 편견 없이 그려내는 내용이 담겨야 하며, 학부모의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역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성애자라서 차별 받거나, 또는 처벌을 받거나, 가족으로부터 내몰리거나, 또래 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을 당해도 어떻게도 대응할 수 없는 그런 한국 십대이반들의 현실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현장도 캐나다 밴쿠버 교육청의 사례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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