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섹슈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성적으로도 문란하지 않나요?

바이섹슈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성적으로도 문란하지 않나요?
 
바이섹슈얼은 항상 연애 중이리라는 것, 늘 동성 이성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귀리라는 것, 성욕이 너무나 왕성하여 이 사람 저 사람과 다 섹스를 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한 질문입니다. 바이섹슈얼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 적극적인 성적 실천에 대한 금기가 뒤섞여 있는 잘못된 질문이지요. 바이섹슈얼이라는 정체성은 당사자가 동성에게도 이성에게도 끌림을 느낀다는 걸 알려주는 지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교제 경험 유무, 교제 패턴, 성생활은 개개인 바이섹슈얼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성적 실천이 왕성하다 해서 이 사람을 가리켜 문란하다고 하는 것도 옳지 못합니다. 당사자는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 합의된 성관계 장면에서 타인과의 접촉에 거리낌이 없을 뿐입니다.

그리고 양다리 아니라 심지어 문어발 연애를 한다 해도 그 자체로 당사자를 손가락질하고 낙인 찍을 일은 아닙니다. 연애 상대를 기만하고 상처 주면서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만난다면 기만 당하고 상처 입은 당사자로부터 문제제기를 당할 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속사정 모르는 남들이 이러쿵저러쿵 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성 동성 가리지 않고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난다 해도 관계망 속의 사람들이 그 사실에 함께 합의한 비독점 다자연애(polyamory) 상태라면 더더욱 문제될 게 없습니다. 섹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시간 한 사람과 만나며 그 사람하고만 섹스를 하는 사람이든 자주 섹스 파트너를 바꾸는 사람이든 그 자체로 존중해야 마땅합니다. 바이섹슈얼 아니라 동성애자거나 이성애자라도 똑같습니다. 다들 자기 나름의 욕망과 규칙에 기반해 타인과 교제하고 섹스합니다. 어떤 성정체성이 유난히 더 의혹의 눈초리에 시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라면 성적 행위를 어떻게 실천할 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