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할 일

변화는 두렵다. 오늘은 1월의 마지막 날이다. 2월이 되면 나는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말해야 한다. 어제도 술 마시고 떠들고 노래방에서 같이 노래를 하던 사람들에게. 그 생각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두려움 때문에 요즘 대략 정신이 없다. 뭘 해서 먹고 살지도 깝깝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계속 회사를 다니자고 생각할 수도 도저히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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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1

2월 1일이다. 오늘 아침에 라디오를 들으니 올해도 벌써 한 달이 갔다고. 어젯밤에 박명수가 라디오를 진행하며 하는 말이 재밌게 들렸다. 2월 지나고 정신 차리면 3월 개학이고 그러다 보면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피서 갔다 오면 추석이고, 추석 지나면 곧 징글벨이 울릴 거라든가… 하하!

하늘 쳐다보며 ‘이 하루가 언제 다 가나?’ 놀아도 놀아도 지겹게 흐르지 않던 유년기는 다 지나가 버렸다. 이제는 세월이 말 그대로 쏟아붓는 것 같다.

엊그제 무슨 바람이 불어서 회사 사람들과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갔다. 우리 회사는 대부분 직원이 여자이고 나는 특히 비슷한 또래가 없어서 저녁에 어울리는 일은 별로 없다. 가끔 보면 나이가 비슷한 아가씨들끼리는 (어쩌다 내가 젊은 여자를 아가씨라 부르는 나이까지 되었는가) 어울려 노는 것 같지만. 지금 몸이 아파 휴직 중인 동갑내기 동료가 부서를 옮기기 전에는 가끔 어울려서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 장에 가기도 했지만.

여튼 그래서 할아버지 부장, 서른 아홉 부장(여), 동갑내기 과장(남)과 노래방에 갔는데 서른 다섯이나 먹은 아자씨가 어쩌자고 ‘서른 즈음에’를 부른다. 흠… 그럼 나는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살에는’을 불러야지. 그런데 가사가 어찌나 가슴을 콕콕 찌르는지 차마 다 부를 수가 없었다. 목이 메어 부를 수가 없었다. ‘다시 서른이 된다면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이 달의 할 일: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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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 2

댓글 2개

지금님의 코멘트

지금
뽀! 뽀의 글을 읽으면 많이 지쳐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뽀가 휴식이 필요하긴 한 것 같아요~

빠알간 뽀님의 코멘트

빠알간 뽀
지쳐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이제는 어디 가서 푹 쉰다고 해도 20대 때와 같은 원기왕성함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요. 돌아보면 그 원기왕성함과 정말 내 것이었던가 싶기도 하구요. 삶은 원래 고달픈 거죠. 그저 하루하루를 잠이 너무 부족하지 않게,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오랫동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