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과거에

며칠 전에 메롱 때문에, 메롱이 한 말 때문에 한바탕 뒤집어졌다.
며칠 동안 화가 너무 나고 속이 끓고 화가 나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화가 나고 잠이 안 오고 화가 나고 팔이 아팠다.

메롱을 어떻게 아프게 해줄 것인지 고민하느라고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얼굴에 뾰루지가 잔뜩 돋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화풀이도 해대고 그러고나니 다시 마음이 안 좋고 그러다가 지금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과거는 과거로 남는 것. 과거가 현재진행형이 되지 않는 것. 다 지난 일, 다 끝난 일이 마치 현재인 것처럼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것.

그래서 미운 마음을 접었다.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 오랫동안 같이 살자고 약속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밉지만 계속 미워하면 현재가 되어 버린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메롱을 박제하는 것, 과거를 과거로 남기는 것,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것. 메롱과의 시간을 박제하고 약속을 박제하고 좋은 추억, 나쁜 기억을 모두 박제해서 생명력을 없애 버리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

지금 고민스러운 것은 메롱과 함께 만났던 친구들을 계속 만나야 할까? 계속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계속 메롱을 박제로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메롱의 턱없는 소리에 아직도 휘까닥 뒤집어지고 끓어오르는데. 너무 뒤집어지고 끓어올라서 친구들에게 메롱을 까발려주고 싶은데 말이다...

친구의 자리와 애인의 자리는 천지차이다. 친구들이 모르는 메롱의 모습을 까발려주려고 벼르는 내 모습을 보면서 참 치사하고 잔인하고 나약하고... 아무리 나 자신의 모습이라도 좋게 바라볼 수가 없다. 그러니 모든 관계를 청산한다는 면에서 메롱과 관련된 모든 것, 모든 사람, 그야말로 모든 관계를 끊어버려야 하는 걸까? 나는 그 관계에서 잠적해야 하는 걸까???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안 그래도 몇 명 되지도 않는 이 동네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메롱에 대한 분노가 자꾸만 현재진행형이 된다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메롱이 아무리 턱없는 소릴 하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하고 그런 소리가 내 귀에 들려도 나는 초연할 수 있을까?

과거는 과거로 남기를.
과거는 부디 뒤에 남기를.
과거가 현재의 뒷덜미를 끌어당기지 않기를.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일반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