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질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질까?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때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이고 마음을 정했기에 엄마 아빠에게 말을 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을 못했다.

며칠이 흐르는 사이에 회사를 그만두려는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만두는 건 언제해도 되니까 하는 데까지 버텨보자고.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막상 크게 맘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 쉽게 나왔다. 아빠와 밥을 먹으면서 식탁에 앉아 쉽게 말을 꺼냈다.

“아빠는 이제 늙어서 네가 회사를 그만둬도 도와줄 수가 없구나…”

아빠는 뜻 밖에도 그런 말을 했다. 부모라는 게 그런 것인가? 나에게 안전망이라고 할 것은 원가족 뿐이니 걱정이 될 만도 하다. 나는 가볍게 “아빠, 내가 설마 집도 나갔는데 아빠한테 먹여살리라고 하겠으?”라고 대답했다. 대답했지만…

제사를 지내러 갔다. 제사가 며칠 사이로 연달아 있는 바람에 두 번째 제사는 사촌 가족들이 모이지 않고 우리 가족끼리만 지낸다. 젯상머리 대화, 나는 이 대화를 좋아한다.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날에 덕담을 주고 받듯이 뜻 없는 듯해도 사람들은 뜻을 실어 말한다. 아버지는 절을 하고 물러 앉으면서, 아니면 술을 올리면서 였나? “지금처럼만 잘 살게 해주세요.” 한다.

오랫동안 아빠가 현재 스코아를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랬다. 현재 스코아가 최선이고 제일 좋은 것이라고. 젊었던 꿈, 야망, 기대 따위 다 필요 없고 소용도 없고. 그런데 내가 드디어 그것을 이뤄드렸구나… 효녀 났네… 회사라고 다닌 지 삼년째에 접어들었다. 남들은 경력 십년을 벌써 넘겼고 결혼해서 아이들이 있는 것 까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과장이네 팀장이네 심지어는 이사도 나왔고.

그 모든 것 다 필요 없으니 그저 지금처럼만 잘 살게 해달라고 아빠는 기도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운다는 게 얼마나 아빠를 불안하게 했는지 알만했다.

어쨌든… 효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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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