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달달달: 내 속의 그림자

2008-08-30

어떤 사람한테 무자게 화를 내고 왔는데,
안 그래도 맘에 안 드는 사람이어서 말을 말아야지, 라고 결심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하고 싶은 말을 다 쏟고 입술을 후달달달 떨고 있더군요. 내가.
 
차라리 마음 먹고 화를 냈으면 심란하더라도 좀 다르게 심란할텐데,
어째서 화가 많이 나면 그렇게 정신을 잃어버리는지.
'화가 많이 나면' 그렇게 혼이 나가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 건지?
 
그 아줌마가 나의 그림자, 내가 감추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화가 난 건지.
 
여러 모로 검열 중입니다.
 
그런데 좀 지치기도 해요.
 
화를 낼 만한 일이었고, 그 사람은 예의 바가지, 싸X지도 없는 꼴통이었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봤자,
 
화를 낸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말 안 하고 싶었는데 마치 남의 정신인 것처럼
이미 말을 다 하고 입술을 후달거리고 있더라, 는 것이 문제인 거죠.
그 생각 하다 보니 화를 낸 것도 문제가 되고...
 
그런데 어째서인지, 화를 낸 나자신에게 자꾸 관대해지고 싶네요.
정말 화를 낼 만한 일이었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비겁한 일이었다고요.
 
멀리 있는 북한 동포나 사랑하고-그게 나쁠 일은 없지만, 왜 사랑하느냐?가 문제라고 봐요.
내 보기엔 자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 같았으니까. 자고로 사랑한다 말하기는 쉽다고... -
막상 자기와 한 조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게 하고,
자기 돈 쓰고 온 것도 아니니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데도 수업이나 빠지고,
다들 서로 도와가면서 물어가면서 열심히 했건만 혼자 어느 별에 있다 왔는지,
사람들이 살벌하게 가르쳐주지 않더라 하면서 젊은 사람들 욕이나 하는 망령된 늙은이,
나이를 폭력으로 행사하는 게 아주 몸에 밴 인간!!!!
 
와... 아...
 
이렇게 화가 많이 났다니. 아직도. 반성 포기. 당분간.
 
그림자는 이거네요.
 
나이 들어가는 게 두려워요.
그렇게 이기적인 아줌마가 될까봐. (마구 찔리고 있다...)
아닌 척, 안 그런 척 하면서 (마구 찔리고 있다...)
나이와 권력을 딴에는 영리하답시고 휘두르는 인간.
주변 상황과 사람들을 잘 이용하는 인간.
잘. 이용하는. 인간.
(넌 솔직하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다고 혹시 착각하는 건 아니니?)
(너의 노출증, 정말 좀 어떻게 할 수 없을까?)
(그래도 숨기는 건 신물이 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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