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은 왜 뜨거운가?

2005-05-15

나의 불안은 왜 뜨거운가?

메롱이 예전 회사 동료와 통화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메롱이 나와 같이 있으면서 전화를 거는 일은 없지만 그쪽에서는 꽤 자주, 한밤중이거나 새벽이거나 가리지 않고 전화가 온다. 메롱은 별로 거리낄 게 없어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자주 오는 전화를 매번 나를 피해서 받기가 어려워서인지, 아마도 스스로는 거리낄 게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여하튼 자리를 피하지 않고 전화를 받는다. 내용은 사소하다. 모르는 길을 물어본다거나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처리할까, 뭐 이런 것도 있었던 것 같고. 그런 사소한 일을 매번 전화를 해서 물어본다. 메롱은 ‘이런 빙딱, 그것도 몰라’ 하면서 가르쳐 준다.

아는 사람은 알 것 같다. 그런 전화 통화를 하는 메롱을 지켜보는 나의 불안이 뜨거운 것을. 단지 예전 회사 동료라면 그렇게 자주 전화할 일도 없고 그렇게 사소한 일을 말할 일도 없다는 것을. 그렇게 ‘빙딱!’같은 다정한 말로 부를 일도 없다는 것을.

몇 번이나 얘기를 했다. 그 동료와 넌 그냥 아무 사이도 아닌 사이로는 보이지 않아. 메롱은 정말 아니라고 한다. 몇 번이나 화도 냈다. 도대체 그렇게 새벽이고 한밤중이고 전화하지 말라고 할 수 없어? 메롱은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걔는 할 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초지일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메롱은 또 말한다. ‘내가 너한테 그런 일을 또 시키겠냐? 나도 변했어’

우리의 과거는 아픈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네가 나한테 그런 일을 또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나도 믿는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기준이 다르다는 거지. 나는 너를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너를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기준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너는 아마도 나에게 ‘그런 일’을 또 시킨다고 생각지 않으면서 또 시킬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 나의 불안은 뜨겁다. ‘이런 빙딱, 그것도 몰라!’ 너의 이 말이 내 귀에서 맴돈다. 계속 맴돈다. 너의 다정함을 내가 말려야 하겠니? 너의 인간관계는 늘 그런 식이지. 네가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를 내가 바꿔달라고 해야 할까? 아니, 그건 우선 가능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에게 나의 느낌을 말하는 것, 그것 뿐일 것이다. 그런데 그 느낌을 말한다는 게 어쩌면 너에게 너 자신을 나에게 감추라고 말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안전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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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