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미학

작년엔가 회사에서 워크샵을 갔다. 잔디밭에 쭉 세워놓더니 둘씩 짝을 지어서 이것저것을 시키는데 몇 명 안 되는 남자 사원과 짝이 되었다. ㅎㅎ 왜 웃냐면… 아저씨 아니구 신입사원이었다. 언제부터 내가 이런 늙다리가 됐는지 몰겠지만… 젊은 피가 조와~~!
(그리구 이건 좀 말하기 부끄럽지만… 여자랑 짝이 되는 것보다 덜 긴장되는 것도 있잖아… 나 좀… 뭐랄까… 나 자신에게 컴아웃한 다음부터는 여자랑 스킨쉽이 영 껄끄러워서 말이야. 떨려서라기 보다는 찔려서겠지. 이거 나의 호모포비아가 아닌지 검열하고 있는데, 몰라, 지금은. 하던 얘기나 계속해.)

둘이 등을 대고 바닥에 다리를 뻗고 앉은 자세에서 손을 쓰지 않고 일어서기를 시키는데 둘이 서로 등을 잘 밀면서 일어나야 한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일어나기 힘들다. 일어서면서 등과 팔의 윗부분이 서로 닿는데 아, 그 근육의 느낌이란!

남자는 딱딱하구나!

소싯적에 읽은 소설에서 읽은 ‘여자의 몸은 부드러웠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도대체 어떤 소설을 읽은 거야?) 갑자기 너무 이해가 됐다. 차이가 있어야 부드러운 줄 알지!! 난 여태 여자의 몸이 부드러운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그게 특이한 느낌인 줄 몰랐거든. 그런데 남자는 정말 딱딱하더라.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소설가들이 ‘여자의 몸은 부드러웠다’고 외워댔겠지? ㅎㅎ 소싯적에 남자랑 잤으면 이성애자가 됐을지도 모르겠어~~ (메롱~!)

엊그제 울 사무실 신입 사원이 부모님이 여행가셨다면서 ‘보고 싶어요, 쓸쓸해요’ 하는데, 와서 폭 안기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손을 내밀길래 잡아주었지. 근데 헉~! 그 여자의 손목이 너무 가는 거야… 잠깐 잡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떨림이 휙~ 스쳐지나갔어. 어쩜 좋아? 그녀도 느꼈을까? 나의 김장감을… ㅠㅠ;;; 몰라몰라…

저녁 때 집에 와서 잠자리에 누워 내 손목을 잡아봤어. 으으… 나는 뼈부터 두꺼워. 이건 살이 문제가 아니라구. 피골이 상접한다해도 뼈가 두꺼운데 이게 어떻게 그렇게 가늘어지겠어? 울 집은 엄마, 아빠 할 것 없이 떡대가 좋은 집안이거든… 사실 6.25때 못먹었다는 아빠네도 다들 짜리몽땅하나 옆으로 떡 벌어진 체구에다가 –남녀 막론- 엄마네는 남해 바닷가라 전쟁의 영향도 별로 안 받았는지 아주 기골이 장대하시다구, 다들…ㅠㅠ 나는 정말 손목 같은 거는 가늘어질래야 가늘어질 수 없는 양쪽 집안의 저주(이렇게 말할 것까진 없잖아)를 타고났다고 해야할까…

말이 많다… -.-;;; 당황해서 그래… 나의 심장이… 여간해서 떨리지 않는 나의 심장이 순식간에 콩콩 뛰어버렸거든… 나는 사람을 좀 찍어서 좋아하는 편이라, 마음 먹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는다구…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글치 않으면 어떻게 매양 콩콩 뛰는 가슴을 안고 피곤해서 살 수 있겠어… 게다가 이 여자는 이성애잔데… 비록 게이다를 휙휙 돌려주긴 하나 말이야…. 난 전도사 싫어, 못 해, 안 해…

다르다는 게 사람 가슴을 뛰게 해서 잠시 겁먹은 뽀~ 였음…
일반
빠알간 뽀 2

댓글 2개

지금님의 코멘트

지금
뽀님의 떨림이 저에게까지 전해지는 듯 해요...

L & Kira님의 코멘트

L & Kira
ㅋㅋㅋ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