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1

2005-05-09
남과 다르다는 고독(孤獨: 어려서 부모를 여읜 아이와 자식이 없는 늙은이: 다음사전) 또는,
통과의례(通過儀禮: 인간이 일생 동안 탄생·성장·사망의 중요한 고비에 겪어야 하는 관습적(慣習的) 의식: 다음사전)를 치를 수 없는 처지

메롱과 다시 만나기 시작한지 한 달이 넘었다. 석 달 열흘을 만나고도 계속 만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반지를 하기로 했다. 말하자면 커플링이지만 모양은 각자 다른 것으로 할 것이다. 남사스럽기도 하고 취향도 달라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둘 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면이 있지만, 나는 좀 크고 화려한 것에 확 끌리는 편이다. 메롱은 작고 우아한 것을 좋아한다.

만난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거의 매일 데이트를 하다시피 하고, 메롱은 툭하면 외박을 하고, 나는 하지 않던 메신저를 열심히 하고, 전화며 문자 메시지도 뻔질 보내고 받고 있는데, 주위의 아무도 내가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귀신과 몇몇 친구들이 알긴 하지만 그들은 나와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은 아니다. 나도 남들처럼 자랑하고 싶다…

우리 관계의 비가시성 또는 드러낼 수 없음이 나를 조금씩 압박하고 있다…

나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싼다.
하지만 나는 울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싼다.
내 외로움을 따듯하게 덥히기 위해서.
나의 두 손은
나를 보호하고
위로하고 지켜준다.
내 영혼이 화를 내지 않도록.
-- 틱 낱한

남사스럽다? 뭐가? 손을 잡든 안 잡든, 우리가 길을 걸어다니면 다정한 분위기가 날 것이다. 좀 야리꼬리한 분위기가 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똑같이 생긴 반지를 끼고 다닌다면 아마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에효~) 그래도 우리는 남들의 무심한 눈길에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남사스럽다, 의 정체, 나의 호모포비아.
일반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