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2005-04-26
컴에 있던 자료가 몽땅 날아갔고, 덕분에 그 동안 쓴 빠알간 뽀의 일기도 날아가 버렸다. 끼리 게시판을 긁어모으면 대부분의 내용은 건질 수 있겠지만, 슬프게도 게시판에 올리지 않았던 날이나 일부를 잘라내고 올렸던 날도 있었다.

나는 쾌락을 좇아서, 너는 불안을 쫓기 위해서 섹스를 한다.

10년 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던 너의 불안이 이제는 힘들지 않게 이해가 간다. 너의 불안은 너의 불안, 네가 타고난 불안, 생래(生來)의 불안이라고 할 만한 것인데, 그 때는 네가 나를 믿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주 어디 싯귀에 나오는 것처럼 드는 칼로 내 가슴을 갈라서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랬을 거라고. 겁 없고 두려움 없고 정말로 내가 나 자신을 몰라서, 그렇게 겁대가리 없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행이지, 사람이 할복을 해도 마음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은. ㅋㅋ

지금은 너를 가능하면 자주 만나고 자주 안아주고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그렇게 너의 불안을 돌보아줄 마음이 생겼다. 너의 불안을 없애줄 수도 없고, 내가 애쓴다고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 나는 이제 불안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나에게도 불안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없애기 보다는 그저 껴안고 살살 달래면서 같이 살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도 살아갈 힘을 잃지 말자. 용기를 내자.

산다는 것은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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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