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변화는 급진적이다

2007-04-30
모든 변화는 급진적이다

나는 좀 달라졌다.
나는 화난 것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인간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너무 난감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 자체에 눈을 감아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한 방에 폭발해 버렸다.

나는 공격적인 인간이다.
나는 지고는 못 사는 인간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 사실을 몰랐다.
나는 늘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런 내 얼굴을 쥐어뜯고 싶을 때도 많았다.

부정적인 감정은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나는 화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뒤 돌아서서 땅바닥을 치기도 여러 번 했다.
누가 싸X지(금칙단어, 불편하다)가 없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부정적인 면은 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하게 불편한 느낌만 안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맞고 뒤통수를 맞고 했다.
불편한 느낌을 견디지 못해서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더 잘 했기 때문에
배신감은 늘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이제 화가 나면 얼굴이 벌개진다.
화가 난 줄 안다. 상대방에게는 말도 하고 싶지 않고 말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그냥 말을 안 한다.
그 사람이 말을 걸면 모른 척하지도 않고 왕따를 시키지는 더욱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챙겨줘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죄책감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안다. 알아 차린다. 말을 안 한다. 싸울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만큼 따지고 더 이상은 말하지 않는다.
너도 성인, 나도 성인, 이제는 알아서 해야 한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감 있는 어른, 공정한 어른, 남과 나를 모두 배려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일은 전혀 쉽지 않다.
우선은 어른 흉내를 내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계기가 생긴다. 나 자신이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계기가.
아프고 성장하고 배울 것인가,
안 아픈 척하고 배우기 싫어하고 남탓을 하면서 성장하지 않을 것인가,
이것조차도 평소에 얼마나 나를 갈고 닦았는가,
내 그릇을 얼마나 키웠는가에 달려 있다.

삶은 잔혹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삶이 고통이라는 면에서 인생은 공평하다.
세상의 조건이 아무리 달라도 인생은 차별 없는 고통이다.
먹든 못 먹든, 배우든 못 배우든, 고통은 누구에게나 있다.
돈이 있어도 없어도 많아도 부족해도 고통은 끊이지 않는다.

지금 잘난척하는 것도 오래 갈 리 없다.
지금 화낼 줄 알게 된 것에 기뻐한다.
순간순간.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화낼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안다.
이쪽 면 또는 저쪽 면.
나를 화나게 하는 너는 나의 또 다른 거울.

살아있는 동안 용기를 쥐어짜고 힘을 쥐어짜서 배우자고,
배우자고 생각한다.


일반
빠알간 뽀 1

댓글 1개

봄님의 코멘트

읽을 때마다 마음 아픈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