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2005-09-04
낯선

내 친구 귀신이 지난 3월에 혼인했다. 결혼식 날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귀신은 대략 낯선 사람과 혼인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략 낯선 사람, 낯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귀신은 그 사람과 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 가끔 사는 얘길 듣는다. 라디오에 나오는 것처럼 선 본지 몇 달 만에 결혼해서 깨가 쏟아지게 살아요, 하는 스토리는 전혀 아니다. 그래도 혼인을 한 여느 부부들처럼 살고 있다.

며칠 전에 귀신과 통화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 네가 혼인하던 날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너는 대략 낯선 사람과 혼인했구나.
= 맞는 말이지.
- 그래도 살고 있는 거잖아. 같이 생활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그리구 이런 생각도 들어. 오래 알고 친했고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혼인하면 그 사람은 과연 낯설지 않을까?
= 그것도 아니지. 절대 아니지.
- 그래 맞아. 그것도 절대 아니지…

오래 알고 친했고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귀고 있는 것은 나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알았어도 친했어도 많이 안다고 자부했어도, 메롱은 여전히 낯설다. 안다고 생각했던 만큼 더 낯설다. 그리고 아마 메롱에게 나도 낯설은 사람인 것 같다.
일반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