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어제-월요일-에 중년 고양이와 함께 국민은행에 가서 같이 일 년짜리 적금을 들었다. 맘 같아선 공동명의로 하고 싶었지만 꽤 복잡하길래 그냥 중년 고양이의 명의로 들었다. 어떻게든 둘이 같이 목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다.

벌써 일 년이 흘렀다. 우리가 만나기 시작한 것도.
일 년 전에는 서로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적금을 같이 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없었다.
우리 사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지켜보자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벌써 일 년이 흘렀다. 후후.

적금을 들고 나오면서 우리는 서로 축하했다.
와~! 우리 사이 일 년 전과 달라졌구나!
우리는 이제 미래를 기약한다.
함께 살 집, 함께 살 사람들, 함께 농사지을 텃밭을 꿈꾼다.
언제가 될 지 구체적으로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돈이 모이면 꿈도 차츰차츰 모양새를 갖추겠지.

고양이는 계획을 잘 세운다.
나는 향후 일주일이 넘어가는 계획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때 일은 그 때에.
필요할 때 움직인다, 는 게 내 계획이다.

그런데 적금을 들 때, 고양이는 일단 일 년짜리로 시작하자고 했다.
난 적어도 3년짜리는 들고 싶었지만, 일단 고양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어찌구리 말은 잘 듣는지!
우린 둘 다 신중하지만 약간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일 년 후에는 삼 년짜리를 들자고 할 참이다. 물론 그때 봐서!

우리는 서로를 부양하는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앞으로 경제공동체가 될 준비를 한다.
고양이한테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고양이 이름으로 적금을 든 이유도 있다.
우선 내가 현재 고양이보다 수입이 많다.
물론 내 수입은 부정기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보다 많이 벌 가능성이 앞으로도 많다. 현재 시점에서는.

만약 내가 무슨 사고라도 당한다면 고양이에게 줄 수 있는
재산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적금은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에게 뭔가 주려면 우리는 지금 전혀 남이기 때문에
유서를 쓰고 공증을 받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일도 물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수중에 재산이라는 것도 약소할 뿐이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아마 나의 부모와 동생의 동의도 필요하겠지.
그런 절차를 밟게 된다면 부모와 동생에게도 알려주고
나중에 딴소리 하기 없기라는 약속도 받으려고 한다.
생각은 ㅋㅋ 그렇다.



일반
빠알간뽀 3

댓글 3개

지금님의 코멘트

지금
두 분이서 살림차릴 준비를 하시는 군요. 저도 분발해야겠어요.. 아직 짝궁도 없지만!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도움님의 코멘트

도움
부럽네요..미래를 기약하는 두 분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님의 코멘트

-
사랑은 베푸는 마음이 크다잖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보다 상대를 위해 선물과 희생을 할때 보람을 느끼는 가봐요 참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