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보건복지부는 중매쟁이 노릇을 그만두라

보건복지부는 중매쟁이 노릇을 그만두라

사회 정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귀 언론사와 단체에 감사를 드립니다. 레즈비언 단체 연대체인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에서 최근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려 하는 ‘부내 미혼남녀 데이팅 서비스 지원’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내니,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혼·만혼이 출산율 저하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부내 미혼 남녀에게 데이팅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복지부 미혼남녀 90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결혼정보업체와 협력해 배우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해 줄 계획이고, 해당 결혼정보업체에선 복지부 직원 전용 코너를 마련하고 전담 커플매니저도 지정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소속기관과 산하단체와도 협조하여 이 사업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레즈비언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저출산 사회를 맞아 내놓은 정책이 ‘미혼남녀 짝짓기 주선’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한국 사회는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결혼’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양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주입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에게 선택 아닌 강요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많은 수의 동성애자가 이성과 결혼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그런데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비혼, 만혼을 막기 위해 남녀간 데이팅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하니,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인가.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는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사회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별 남녀의 맞선과 결혼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려 한다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한다. 우리 사회엔 동성애자나 독신자, 이혼자 등 결혼 제도 바깥에 있기 때문에 출산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출산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 출산을 했지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에 처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있지 아니한가.

사회구성원이 출산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현실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근대적인 이전 사회로의 회귀만을 바라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한다. 보건복지부는 부서 내 미혼남녀의 수를 꼽아 데이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의 코미디 같은 결혼장려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혼인제도와 혈연을 기반으로 한 가족 형태만을 고집하며 사회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생활과 관계 맺음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법, 제도, 정책을 손질하라.

2005. 09. 08.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 (레즈비언인권연구소,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일반
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