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다

작년 일년은 정말 야근을 많이 했다.
집에서 밥을 안 해먹은 지가 일년도 넘은 것 같다.
다음 달에 이사를 하기로 했다.
제작년에 냉동실에 넣어둔 찌개용 돼지고기 세 덩어리,
국끓이려고 했던 조개 두 뭉치, 작년 여름에 먹다가 넣어둔 얼린 수박 두 통
(수박이 두 통이 아니라 수박을 넣은 락앤락이 두 통)을 오늘 버렸다.

지난 주에는 말라 죽은 화분의 흙을 비웠다.
빗자루를 사다가 떨어진 흙을 쓸어 담았다.
화분도 버릴지 아니면 늘 화초를 키우는 엄마 집에 배달할지,
아니면 이사 갈 때 끌고 갈지…

오늘은 엄마, 아빠, 동생과 백마에 오리고기를 먹으러 갔다 왔다.
갔다 와서 [문희]를 보며 집 정리를 하는데 메롱이 사준 딸기 머그가 눈에 띄었다.
컵 안에 하도 금이 가셔 종이상자에 고이 모셔놓은 딸기 머그.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는 봉투에 고이 모셨다.
머그는 재활용 쓰레기는 아닌데. 흠…

버린다. 계속 버린다. 가능한 많이 버리고 이사 가려고 한다.



수줍은 넘에 대한 보고: 그 넘이 일하던 회사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 처음 보는 직원이 있고 그 넘은 없길래, ‘외근 갔나? 이 넘은 외주인가?, 거래처인가?’ 뭐 그러고 있었다. 나중에 저녁을 먹으면서 들으니 그 넘은 관뒀단다. 거기까진 좋았다. 아까 본 넘이 새로 뽑은 직원인데 ‘똑똑하다, 말이 통한다’하면서 학벌 얘기가 나왔다.

사실 남이 부러워할 학벌이 아니어도 똑똑한 사람은 많다. 일 잘하는 사람도 많고. 전공자 아니어도 전공자보다 더 잘하고 더 성실한 사람도 많다. 바로 나 ㅋㅋ 농담이고. 하지만 이쪽 업계에서 일하면서 전공자에게 실망 많이 했다는 사실은 말하고 싶다. 여튼 남말할 일은 아니다. 나도 내 전공 남부끄러워 말 못한다. 나는 전공 안 파먹는단 거지. 그러니까. 근데 전공 파먹으면서 비전공자보다 불성실하고 능력도 없고 관심, 호기심, 애정 없는 사람도 많다. 학벌 얘기 나오니까 오바한다. 민감한 주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넘이 결정적으로 ‘아!’하면 ‘어!’가 안 나오는 넘이었단 거다. 한 번 잠깐 본 넘을 내가 알게 뭔가. 이제부터 좀 알아보려고 했지… 허나 꿈은 깨졌다. 나한테 그 말 해준 사람이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에 무지 애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랑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말이 안 통한다고 하는 사람이면 나하고도 통할 리 없다. 포기한다.

일이 바빠질 거다. 인생은 허무해질 거고. 당분간은 연애할 힘도 없을 것 같다.



일반
빠알간 뽀 2

댓글 2개

봄님의 코멘트

여자가 입으라고 만든 옷을 여자가 입었다?? 무엇이 문제냐??!!!

뽀님의 코멘트

엇, 대략 무슨 말씀이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