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 라빈스

집 근처 동네에서 조개구이를 먹었다. 제일 작은 것을 먹었는데(그래봤자 중짜, 대짜 중에 중짜였지만)도 시골 동네라서인지 양이 무지 많았다. 배가 터지게 먹고도 남아서 싸달라고 했다. 된장찌개 끓여 먹을 때 넣어 먹기로 했다.

화정역까지 산책을 갔다. 메롱은 일 없이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일 없이 걷는 걸 너무 좋아하는 거겠지만. 정말 배터지게 먹고 바로 집에 들어가서 뻗는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화정역 근처는 환락가다. 극장도 있고 대형 할인 매장이 세 개나 몰려 있고 온갖 상점에 네온사인에. 메롱은 대략 휘청거리면서 질질 끌려오다가 갑자기 화정역 근처의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더니 정신이 반짝 들며 좋아라 한다. 배스킨 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꼬셔서 끌고 온 터라 아이스크림 집을 찾는다. 왔다갔다 하면서 본 적은 있지만 가본 적은 없어서 대충 기억을 더듬어 간다. 넓은 환락가는 아니라 금방 찾았다.

둘이서 고개를 파묻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뭔가 과자가 잔뜩 든 새로 나온 메뉴를 시켜 먹었는데 아이스크림이 너무 작아서 양에 차지 않는다. 한 덩어리를 더 사서 또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퍼 먹었다. 이히히… 웃음이 나왔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와서 다시 집으로 걷는다. 맛있는 빵집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들어갔다가 시식용 빵을 집어 먹고 좀 무안해져서—꽤 늦은 시간에 대충 나이 든 여자 둘이서 가게를 막 헤집으며 시식용 빵을 집어 먹고 그냥 나오려니 좀 무안했다.—작은 빵을 하나 사가지고 나왔다. 지나오며 여기 초밥집을 가보자, 저기 맥주집을 가보자, 이러면서, 시시덕 거리며 집으로 왔다.

행복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행복해 진다. 시시덕 거리고 쑥덕 거리는 게 좋아서, 그렇지 않은 줄 뻔히 알면서도 잠시 동안 세상에 너랑 나밖에 없는 듯이 거리를 걷는 게 좋아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좋아서.
일반
빠알간 뽀 3

댓글 3개

어쩌면님의 코멘트

어쩌면
슬프다

빠알간 뽀님의 코멘트

빠알간 뽀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삶은 힘들다고 하지만 항상 힘든 것은 아니죠, 가끔 좋은 일도 있잖아요, 웃어요, 웃어봐요, 그게 바로 인생이에요 -- 오석준의 노래 '웃어요' 중에서

세상은a님의 코멘트

세상은a
슬프더라도.. 힘내시길.. 화정역이라.. 저희집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