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주장] “차별금지법” ‘성적지향’ 삭제 요구한 보수기독교계에게
 
                                                                  노형근 기자

10월 31일 법무부에서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에는 당초 들어 있던 ‘성적지향’ 항목이 빠졌고, 4일 국무회의에서도 성적지향을 포함 병력, 출신국가,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총 7개 항목이 끝끝내 빠진 상태로 차별금지법안이 심의의결 됐다.

보수기독교계에서 가칭 ‘동성애 반대본부’를 설치해 성경 구절을 운운하며 차별금지법에서 ‘성적지향’이 빠지는 운동을 펼쳐 결국 거대한 정부가 일개의 이익집단의 입맛대로 끌려 다니는 꼴이 되고 말았다.

보수기독교계의 주장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유태인들이 강제수용소와 가스실에서 학살한 나치즘(National Sozialismus)주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를 어째서 인권 보호를 막고, 거기다가 동성애자들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두 번 죽이는 이유는 뭘까?

하느님의 천사 둘이 소돔에 다다른 것은 저녁때였다. 롯이 때마침 성문께에 앉아 있다가 그들을 보고 일어나 맞으며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청하였다. “손님네들, 누추하지만 제 집에 들러 발을 씻으시고 하룻밤 편히 쉬신 다음 아침 일찍이 길을 떠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들은 밖에서 밤을 새우겠다고 하면서 사양하였으나, 롯이 하도 간청하는 바람에 롯을 따라 그의 집에 들어갔다. 롯은 그들에게 누룩 안 든 빵을 구워 주며 대접하였다. 그들이 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 이었다. 소돔 시민이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온통 몰려와 롯의 집을 둘러싸고 롯에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오늘 밤 네 집에 든 자들이 어디 있느냐? 그자들하고 상관하게 끌어내어라.”(창세기 19장 1-5절)

롯이 소알 땅을 밟자 해가 솟았다. 야훼께서 손수 하늘에서 유황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으시어 거기에 있는 도시들과 사람과 땅에 돋아난 푸성귀까지 모조리 태워버리셨다.(창세기 19장 23-26절)

구약성서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얘기를 근거로 약 2천여 년 동안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근거로 사용한 일례를 들어 동성애 담론에서 보수기독교계가 동성애자들을 모독하기 위해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동성애 행위가 드러나는 부분을 ‘상관’이라는 낱말에서 해석하고 있는데 히브루어 ‘yadha’를 우리나라말로 해석하면 ‘알게 되다’는 뜻인데, 여러 나라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성(性)적으로 알게 되다’는 뜻으로 해석되었고 결국 의역과정에서 ‘성교하다’라는 원어와 다른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구약성서에는 ‘yadha’ 동사가 943번 나오는데 물론 ‘성교하다’라는 의미가 12번 나오지만, 대부분 “안다”, “친숙해지다”는 일반적 의미가 보편적인데 보수기독교계에서는 마치 하나님이 동성애를 단죄한 것처럼 주장하는 논리비약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에스겔서 16장 49절과 마태복음 10장 12-15절, 누가복음 10장 10-12절에서 소돔사람들이 짓는 죄는 풍요롭게 살면서도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고, 소돔 사람들이 손님을 맞이하기는커녕 내쫓으려 한 것들이 죄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동성애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해석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기독교계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또 다른 명분으로 창세기 1장 27-28절을 인용해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들 당시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나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고 말씀 하셨기 때문에 이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의 성(性)의 분화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것은 억측에 가깝다. 모든 동물은 남녀 성 구분이 명확하고 심지어 식물에게도 암술과 수술이 뚜렷한데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며 성 정체성은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미 인간에게 준 창조질서의 하나로 인간은 단지 동성애를 발견하느냐 안하느냐와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동성애자들이 차별 대우를 안 받고 인권을 보호해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권을 요구하는 것 뿐, 동성애를 확산시키려는 것도, 이성애자들을 경계하자는 것도 아닌데 동성애에 대해 과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보수기독교계는 “나와 틀리다가 아닌 나와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는 로마서 10장 12절 성서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저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

2007.12.06 09:5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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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L & Kira님의 코멘트

L & Kira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