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십일일

2007-10-11
오늘은 목요일이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더라?’ 궁금해졌다.
그런데 종일 회의실에 처박혀서 부장이 퇴짜 놓은 원고를 뜯어고치느라 그걸 확인할 틈이 없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주말에 회사에 나오니 드디어 주5일 근무의 리듬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거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월요일은 팀회식을 하고 화요일은 팀장 회식을 하니까 어제 점심 시간만 기억이 나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 수 있을 텐데…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집에 가서 잠자리에 들면서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궁금했지만 죙일 원고 고친다고 좁은 회의실에서 머리 굴렸다고 그게 피곤해서 미처 들춰보지 못하고 잠들었다.

오늘 새벽에 잠이 깨면서 엊그제 팀장 회식이 있었다는 생각이 났다. 차장에게 앞자리 대리가 무슨 일로 그랬는지 아니면 단지 점심 잘 들고 오시라는 인사였는지 모르겠지만 ‘팀장 회식 가시죠?’ 하면서 확인하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니까 어제는 수요일이었던 거다.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 벌써 목요일이다. 주말에 출근하지 않으면 내일 하루만 버티면 되지만, 이번 주는 토요일, 일요일 내내 나오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이 목요일이어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목요일이라… 하루하루 날짜는 너무 빨리 지나가고 저자들은 아직도 일을 하지 않는다. 하긴 하겠지. 우리한테 원고를 넘겨주지 않아서 그렇지. 뭐 그들이라고 놀고 먹진 않겠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우리와 하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뿐이겠지.

인생은 피곤한 거다. 삶은 고해이고. 누구의 삶인들 팍팍하지 않으리… 불평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그만 두기로 했다. 마감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 사실 며칠보다는 많이 남았지만 스무 쪽짜리 소책자를 마감하는 게 아니니까 – 부장은 아직도 묘한 것에 태클을 건다. 좋다. 자기 기준, 자기 욕심에 맞는 책을 만든다는 거. 어쨌든 부장의 묘한 퇴짜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머리에서 김이 오른다. 그걸 숨기지도 못하겠다. 요즘에는 부장이 입만 열면 주로 나는 머리에서 김이 오른다. 하하~! 아빠에 대한 정서를 너무 투사하는 거 아닐까?

여튼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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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