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십이일

2007-10-12
설명회를 들으러 교육부 산하 기관에 갔다 왔다. 회의 장소가 좁아서 전에도 고생했던 터라 자리 맡겠다고 일찍 갔더니 장소가 넓은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좀 비싸게 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분전환 삼아서 맛있게 먹고 여유 있게 산책까지 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맛있는 밥집이 많아서 잠시… 그곳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겠구나 했다.

설명회를 시작하더니 곧 국민의례를 시킨다. 국기에 대한 경례.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일어나서 엉거주춤…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갖다 댔다. 다행히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라고까지는 하지 않았다. 애국가 ‘제창’도 없었다. (세상에, 무슨 행사라고 이런 걸 다 시킨단 말인가!) 국기에 대한 맹세가 끝나자 강당 정면에 걸려 있던 간판형 태극기(분명 불도 들어올 것이다)가 슥슥슥 움직이더니 왼쪽 커튼 뒤로 사라졌다. (헉~! 저런 데다가도 돈을 쓰는 구나!)

사회자가 누군가를 소개하면서 박수를 치라고 ‘당부’했다. 내키지 않는 박수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소개를 받고 나온 사람은 ‘박수가 치기 싫은데 사회자가 시켰나요?’하더니 곧 ‘다시 한 번 박수를 쳐 보십시오’ 했다. (헉~! ……) 그렇게 박수를 받고, 사회자는 뻘쭘해서, 사람들이 박수를 힘 없이 친 것이 마치 자기 탓이라 꾸중이라도 들은 듯, ‘여러분, 제가 점심 드시고 왔냐고 여쭤봤을 때는 다 드셨다고 하더니 왜 박수 소리가 작나요?’하는 난처한 질문을 던져 댔다…

아아… 주변 경관이 아무리 좋아도 맛있는 밥집이 아무리 많아도 이런 직장에서는 일을 못하겠구나. 죽어도. 하긴 그 동네에 가게가 그렇게 많으니 일하고 싶으면 그런 가게에서 하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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