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고통을 노래하라

2008-02-12
그저 나 자신이고 싶어

오늘도 인터넷 방문 사이트 목록을 지운다.

너의 고통을 노래하라… 말할 수 없는 말, 없는 언어, 불확실한 다리, 그래도 건너야 하는 강… 너의 고통을 노래하라… 너의 언어를 발명하라…


2008-02-21
지난 주는 여러모로 바빴다. 월화수목금에서 화요일 하루 빼고 매일 저녁 약속이 있었다. 연이은 저녁 약속은 전혀 즐겁지 않다. 야근이나 마찬가지다. 이래서 생일이 싫다. 네 개 중 두 개는 생일 때문에 잡은 저녁 약속이었다. 마지막 금요일 약속은 결국 가지 않았다. 회사에 남아 홍길동 본다고 미적거리다가 결국 안 갔다… 일주일 간의 약속에 너무 지쳤던 게지. 우습게도 약속 없는 딱 하루 화요일에는 갑자기 선배에게 전화가 와서 남은 영화표가 있으니 같이 보자는 말에 또 홀라당, 따라가고 말았다. 영화만 달랑 보고 차 한 잔, 술 한 잔 없이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무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혼자 있지 못한 시간은 복구가 되지 않았다.

하늘색 언니네 갔다 왔다. 아들 돌잔치를 까먹어서 지난 주에 내복을 사들고 갔다 왔다. 돌잔치는 일월 중순이었는데 여태 미뤘다. 미루다가 날짜를 잡은 것이 하필이면 지난 주였다. 내가 나서서 잡았으니 욕해줄 남도 없고.

하늘색 언니와 나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아들의 돌잔치 날짜를 까먹은 것도 나름 수동 공격적인 반응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그 아들을 보니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이런 일은 희한하다. 친한 사람의 자식에게는 대개 정이 간다. 이쁘다. 귀신의 딸은 심지어 다음 날까지도 생각이 나서 한숨을 폭폭 쉬었다. 애간장이 녹을 것 같아 한숨이 폭폭 나왔다. 낯을 가리는 바람에 이뻐도 이쁘다고 못한 게 그렇게 섧은데, 내 얼굴만 보면 울어대는 바람에 등에 잠깐 업어 재운 게 다라서 서운한데, 막상 애기 엄마는 딸이 애 보는 아주머니와 까르륵 대며 노는 것도 그러려니 하며 바라보는데.

귀신이 나에게 특별한 친구이긴 하지만. 하하.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주 기꺼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늘색 언니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당연하지. 기꺼운, 이룰 수 없는 사랑은 하나면 족하다.) 애한테 정이 안 가는 건 어쨌든 나한테는 희한한 일이다. 그렇게 정을 느낄 수 없었던 애들은 여태까지 두 명 있었다. 내가 아주 멀게 느꼈던 사람의 자식들이었다. 하늘색 언니는 아주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결혼이, 그러니까 이성애 결혼이 그 언니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간 걸까?

하다못해 이성애자 친구도 있는데, 그래도 하늘색 정도면 나를 추상적으로 추측하는 이성애자 친구보다는 훨씬 나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애 혼인은 그녀를 내 마음 속 지도에서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간 걸까?

잘 모르겠다.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하늘색의 아들 돌잔치를 잊어버린 것도 당황스럽고, 그 아들이 이쁘지 않은 것도 당황스럽다. 뭐야? 나는 하늘색이 이성애 혼인을 했다고 해서 화가 났나? 그것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그 정도의 남자’와 혼인했기 때문에 화가 난 건가? 수다스런 남자랑 혼인해서 화가 났나? 무슨 일이든 꼭 아는 척하는 남자랑 혼인해서 화가 났나? 가정적인 남자랑 혼인해서 화가 났나? 하늘색은 그 남자가 아주 가정적이라서 아주 행복해 보이던데.

스스로를 비웃어주자. 지금은 그게 방법인 거 같다. 그리고 그 다음은… 모르겠다. 더 이상 내 속을 분석하기도 지친다.

화요일에 본 영화는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라는 영화였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보시압.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그 주제보다도, 나는 그 쪽 사람들의 쿨한 인간관계의 방법이 참 인상적이었다. 갈등이 있지만 그것이 울고 짜고 외치고 괴로와하고 하는 식으로 인간이나 인간 관계를 파고들지 않는다. 모든 문제에는 해법이 있다는 식으로 그들은 하나하나를 풀어나간다. 쿨하다…라는 건 정말, 그게 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좋다고 해서 당장 나라도 할 수 있다, 이거는 진짜 절대 안 된다, 하지만 숨이 좀 덜 막히고 마음이 좀 덜 괴롭고 항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담백하게 느껴졌다. 감정의 과잉이 없이도 서로 소통 가능한 방법이 그들에게는 이미 내재하는구나…

유시진의 만화 [그린빌]에서는 모든 인물이 서로의 진심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거나 쉽게 눈치 채는 게 이상하게 보였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수요일은 음력 생일이라서 엄마집에 가서 미역국과 팥밥을 먹었다. 이 날 엄마와 동생은 큰 소리를 내며 싸웠다고 한다. 낮에 그 얘기를 들은 내 심장은 불편하게 뛰었고, 나는 다시는 엄마집에서 생일밥을 얻어 먹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제말 이 생각을 내년까지 기억해야 할텐데… 에효… 나의 이 한숨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을 누가 알랴…

기억을 못하면 벽에 써 붙이자.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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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