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압력솥을 사다

밥 해먹겠다고 풍년 압력솥을 샀다. 엄니는-동생도-일이인용 작은 걸 사라했지만 난 파는 중 젤 싼 거, 행사중인 오인용을 샀다. 뭐 것두 꽤 작두만. 전자압력밥솥은 너무 비싸서 생각도 안 했다. 밥을 해먹고 살지 사먹고 살지도 모르는데 밥솥만 비싼 걸 사면 뭐하나? 여튼 현미를 뚝배기에 끓여 먹는데 한계를 느껴서 압력 밥솥을 사기는 샀다. 그리고… 찹쌀도 샀다. 도정 잘 된 놈으로다가 ㅠㅠ. 현미찹쌀 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느라 한참 고민했다. 현미도 좋지만 사놓고 안 해먹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요즘엔 정말 꺼끌꺼끌한 현미밥도 먹고 싫고 ㅠㅠ. 나이 든 탓이라 생각한다. 요놈의 나이는 어찌 그리 빨리 먹어 버렸는지. 아님 내 몸과 맘이 조로한 것인지. 현미밥도 먹기 싫고 그렇다고 백미 사다가 밥 지어 먹기는 더 싫고, 반찬이든 국이든 따듯한 것이 없으면 밥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고. 죽으면 늙어야 된다더니…

하루 한 끼 밥 지어 먹기도 힘들어서 아주 사먹을까도 생각한다. 참… 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때도 다 오는 구만… 집에서 먹는 밥이 어째선지 포만감이 없다. 전에는 김이랑 김치만 먹어도 그렇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겠다. 그저 쓸쓸하고 밥 먹기도 귀찮고 그렇다. 해서 먹고 치우기까지 과정도 힘들고 그냥 잠깐 나가서 사먹고, 밥 같은 밥, 음식 같은 음식으로 좀 먹고 그리고 산책 삼아 다시 집에 들어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왕 압력솥도 샀으니 좀 더 애를 써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포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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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