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가지 사건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동갑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가까이 누가 옷집을 한다면서 어제도 옷을 갖고 왔길래 점심은 내가 샀다. 점심 먹고 산책을 좀 하고 싶었는데 날이 너무 뜨거워서 길을 걸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근처 던킨도너츠에 가서 커피를 시켰는데 내가 포인트 카드를 써서 1000원을 보탰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큰 커피 한 잔을 시켰다. 던킨 오리지날을 마실거냐, 아메리카노를 마실거냐, 뜨거운 거냐, 차가운 거냐는 다 물어놓고 막상 시키기는 큰 것 한 잔을 시켰다. 이 행동을 나눠마시자, 외의 다른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나? 그녀보다 점심 시간이 짧은 나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머지는 그녀에게 다 주고 왔다. 내게 왜 양보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녀는 커피를 엄청 좋아한다. 커피 전문점에서라면 아메리카노보다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커피 마니아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큰 잔에 든 커피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저걸 다 마시면 가슴이 꽤나 뻐근하겠구나.) 왜 나한테 묻지도 않고 큰 잔 한 잔을 시키는 걸까?

저녁에 할 일이 있어서 회사에 남았다. 7시가 넘은 시간에 다른 동네에서 직장에 다니는 친구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회사 일로 이 근처에 왔는데 동료들과 다 같이 헤어지는 분위기면 나를 만나려고 했으나 그런 분위기가 안 되서 못 만나 주시겠단다… 뜬금 없기는. 기가 막혔다. 나도 시간 안 돼. 나 오늘 좀 늦게 끝날거야… 아아, 그래?
도대체 그 시간까지 회사에 있는데 누가 볼 일 없이 있을 거라고, 6시 반도 아니고 7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를 해서 그렇게 당연히 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듯이 말하는 걸까?

왜 내 친구들은 내가 나름 까칠하다는 걸 몰라주는 걸까?
정말 내 인생 전반, 자기 표현 방식 전반을 고민해야 하는 건가?
적어도 그들은 내가 가능하면 가면을 쓰고 예의를 갖춰 대하고자 하는 직장 동료도 아니며, 나한테 까칠한 한 두 마디 들은 적이 없는 사람들도 아니며, 심지어는 싸우기도 했던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인생이 심히 고민된다. 친구들이 몰라줘서 짜증이 바락바락.
현재 나의 결론: 나의 친구 풀이 너무 빈약한 결과, 내가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것들과 계속 만나고 있다. 그들이 단지 오래된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해법: 새 친구를 사귈거야. 하루에 몇 분을 같이 있든, 그 사람에게 적당한 & 정당한 & 건전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그런 인간을 만나고 싶어. 그리고 당분간 너거들은 아웃이야. 나도 힘 없어. 더는 못 해.

내 마음 몹시 씁쓸하다. 회사를 다니는 3년 반 동안 너무 바빴다. 투잡 아니면 살인적인 야근. 지난 반 년간이 개중 한가해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연락하고 있는데 실망이 계속된다. 파란색 친구는 정말 그런 줄 몰랐는데 쌀쌀 맞았다. 자신이 쌀쌀 맞다는 자각이나 있는 건지. 늘 나더러만 연락하라고 하고, 내가 부르면 흔쾌히 나오면서도 자기가 먼저 부르는 일은 없고 해서 ‘언니가 좀 불러보십쇼’ 한 적은 있었어도 정말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어떻게 판단을 해야하나 아리까리해 하고 있을 무렵에 아주 가끔 연락하는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얘기 끝에 그런 말을 했더니 나와 같은 소리를 한다. 그 언니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아는 척 한다고. 좀 더 신랄하게 표현했다. 아, 그런 사람이었구나… 한동안 나에게 잘 해줬던 건 다른 생각이 있어서 였구나.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그 마음을 접고 나니 그 담부터는 친구도 아닌 게 돼 버린 거구나.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녀는 친구의 예의조차 저버렸다. 나는 오늘 파란색 친구의 전화번호를 전화기에서 지워버렸다. 메신저에서도 지웠다. 나는 이제 파란색 친구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나는 이제 그녀에게 연락할 길이 없다. 그녀가 내게 먼저 연락하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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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 1

댓글 1개

L & Kira님의 코멘트

L & Kira
저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