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들과 그 여자들의 뒷간 들어가기 전후 사정

차장이 9시 조금 전에 퇴근하고 한 시간 남짓 글을 썼다. 오늘 마트에도 가야하는데 생리대 사러. 휴~ 지금 가면 집 앞 수퍼도 문을 닫았을 텐데. 글을 쓰는 건 좋다. 글을 쓸만한 시간적 정신적 신체적 여유가 안 되는 게 슬프고 힘든 일이다. 요즘처럼 일이 힘든 적이 없었다. 내가 글을 쓰는 한 시간이 넘도록, 아직까지도 옆 팀 팀장은 저자와 통화중이다. ‘자기도 당장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지만 책임 때문에 버티고 있다. 너무 힘들다. 이 책이 붙으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붙든 떨어지든 조금이라도 덜 쪽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 기를 쓰고 있을 뿐이다.’ 너무 고달프다. 어느 팀이든 사정이 다를 리 없다. 거기서 거기다. 우리 팀은 저자와 저런 식의 대화를 포기했고, 그건 사실 한쪽만 원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우리 팀의 저자들 역시 대화할 마음이 없다. 대화할 마음도 없고 원고 쓸 마음도 없고. 돈은 받아서 다 어디다 쳐 발랐는지. 돈을 쓸 때 그 돈이 뭐하라고 받은 돈인지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러니 선불은 별로다. 뒷간 들어가기 전후 사정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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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