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법무부, 차별금지법으로 차별을 조장할 셈인가!

법무부, 차별금지법으로 차별을 조장할 셈인가!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서 ‘징벌적 손해 배상’ 등의 실질적 차별 구제 조치를 삭제한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차별조장법!

한 마디로 이것은 삭제된 항목에 대한 차별은 금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을 눈감아 버리겠다는 것이다. 차별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공공연하게 차별을 가해도 차별이 아니란 말이다. 가장 엄정하게 제도를 다루어야 할 법무부가 말 자체가 되지 않는 법을 만들겠단 말이다!

이제 이 법이 통과되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도 딱히 하소연할 수가 없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제외되어도 이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말할 수 없다. 능력이 같은데도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도 정당한 일이 된다. 구제 조치에 강제력도 없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기대라고? 그렇다면 강제력을 부과한 차별금지법을 도대체 왜 만드는 건가?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고 차별을 조장하자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실토하라, 법무부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그들은 말한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가 너무 심했노라고. 그러나 그자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세속국가라는 것을 헌법에 명시한 이 나라에서 법과 제도와 정치에 목소리를 드높이는 보수 기독교 세력들이 종교 논리를 들이대며 낸 의견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자유로운 이윤 추구 활동을 하도록 한 헌법의 국가에서 돈의 힘을 바탕으로 자기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 양 떠든 자본의 의견에 굴복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실토하라. 법무부의 주인은 국민도 아니고, 애초부터 국민의 인권과 정의를 지키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라. 우리는 법무부의 주인이 돈 많고 장관과 국회의원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는 힘 있는 자들이며, 법무부가 그들만을 국민으로 생각한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법무부, 여론을 호도하는 자들을 설득해야 할 기구!

법무부는 결국 여론을 호도하는 자들, 보수 기독교와 자본에게 설득당한 꼴이다. 법의 취지와 헌법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들의 말이 잘못되었음을 찬찬히 설명해야 할 자가 거꾸로 설득당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 수준인가? 참여정부라더니 힘 있는 자들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며 참여하면 그저 받아주는 정부인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동성애를 비난하는 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이라는 명확한 명칭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차별금지법안이 동성애에 대해 지금과 같이 막말을 퍼부어도 처벌을 가할 수 없는 약한 법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자들에게 인간 존재에 대해 모욕하고 폭력을 행사한 권리라는 것은 없음을 명확히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의무를 방기하고 힘 있는 자들의 예스맨 노릇만 하고 있으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Ministry of Justice? Misery of Justice!

이제 이러한 법안을 처리하려고 한 시도부터가 법무부가 얼마나 정의와 인권을 무시하는 정부기구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법무부의 영문 약자 MOJ(Ministry of Justice)의 진짜 뜻을 정의의 비참(Misery of Justice)으로 바꾸어야 할 판이다.

작년에 법무부 내에 인권국을 설치하면서 인권 선진국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말은 결국 공수표에 지나지 않았다. 인권국 내의 인권정책과는 앞장서서 차별금지법을 차별조장법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야 알겠다. 인권국을 설치한 것은 말로만 인권을 외치면서,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킨 후 뒤통수를 치기 위함이다. 국제적으로 인권 국가라고 외칠 구실만을 가지고 안으로는 인권을 묵살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법무부는 진정으로 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라!

아직 늦지 않았다. 참여정부와 법무부가 정녕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면 차별금지법안에 삭제한 조항들을 다시 집어넣으라. 그리고 실질적인 차별구제조치를 명시하라. 이러한 반차별과 인권의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한다면 법무부와 정부는 성적 소수자를 비롯하여 삭제된 조항으로 차별이 조장된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체 시민 사회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법무부는 차별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차별에 시달리지 않도록 실질적인 차별금지법을 마련하라. 더 나아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이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법률들을 앞장서 만들어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들을 설득하라. ‘대한민국 정의 1번지’라는 자신의 이름에 떳떳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7년 11월 2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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