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평론 49호(2011년 가을)(특집: 소수자운동의 새로운 전개)

소수자운동은 실질적 민주주의를 확장한다.
 
1987년 노동자·농민 대투쟁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이 궤도에 올랐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권력의 전횡을 막고 사회 각 부분의 억압적인 틀을 바꾸려는 민주화 과정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면서 민주화의 주체로서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여성, 농민, 빈민 등과 시민들은 정치권력의 민주화와 각 제도의 민주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계급적 범주와 시민의 범주로는 파악되지 않던 다양한 새로운 주체들이 색다른 문제들을 제기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사회변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그들 가운데 이른바 소수자들은 기존의 권력혁명의 상에서 벗어난 채, 사회 각 부분의 주류적 흐름에 대해서 소수적인 흐름을 강조해 왔다. 당시 소수자들은 비가시화 되어 있었지만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소수자운동은 1997년 IMF를 계기로 비보장된 사람들이 확산되면서 그리고 차이에 근거한 다양한 정체성의 확인 및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활성화되어 왔다.
소수자운동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고 이제 사회의 새로운 영역에서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성매매금지를 축으로 하여 전개되어온 성매매여성운동은 성매매금지특별법(성특법)을 계기로 성노동자운동으로 전환되었다. 이주자운동에서는 이주자들이 지원조직들의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체가 되어 노조운동을 벌여가게 되었다. 성소수자운동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실험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도의 변화를 추구하는 미시정치를 수행해 나가고 있다. 장애인운동도 시설개선운동과 법제개선운동, 이동권 투쟁 등에서 이제는 점차 독립생활운동, 탈시설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병역거부운동은 강고한 ‘양심’에 근거한 거부에서 점차 평화를 지향하는 거부로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소수자운동의 새로운 전개는 사회 전체의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한 동력이 되고 있으며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평론 49호에서는 이처럼 변화해가고 있는 소수자운동에 주목하고 “소수자운동의 새로운 전개”라는 이름 아래 최근의 운동양상을 파악해 보고자 하였다. 소수자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을 것이며 근래의 소수자운동을 둘러싼 논의지형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하영은 “2004년 이후 한국 성노동자운동의 전개”에서 성특법 제정 시행 이후 나타난 성노동자들의 운동을 다루고 있다. 성매매 금지를 위한 여성운동의 결실로 이루어진 성특법의 시행이 오히려 성매매관련 여성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고 본다. 집창촌 성판매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된 성노동자운동은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규정하고 자발적인 주체인 성노동자에 의한 행위임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특히 도시개발 지역의 성판매여성들이 성매매공간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나아가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성노동자운동이 나아가야 할 것이라 주장한다.
 
정정훈은 “이주노동자운동 혹은 국가를 가로지르는 정치적 권리투쟁”에서 2000년대 이후 이주민노동운동의 전개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조운동은 이주민독자노조로서 이주노조, 지역일반노조 안에서의 활동(대구 성서노조), 2007년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금속업종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형식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주노조운동은 한국노동운동과 연대하고 소수자운동과도 접목하면서 ‘노동허가제 도입’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및 사면’을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이주노동운동의 주체들은 탈국가화된 정치적 주체와 권리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게이운동에 대한 정리가 없었다. 이번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에서 ‘친구사이’의 탄생과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게이운동의 흐름을 정리해 주었다. “‘친구사이’와 한국의 게이 인권운동”에서 친구사이는 그동안 단체의 다양한 활동과 게이인권운동의 쟁점들을 제기하면서 성정체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상을 제시해 갈 것을 주문한다. 또한 게이운동을 비롯한 성소수자운동은 인권운동을 넘어서 대안사회를 향해 나아가는데서 주도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채윤은 “한국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역사”에서 커뮤니티 내부의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정리해 주고 있다. 게이운동과의 차이를 자세하게 지목하면서 레즈비언 운동의 최근 동향을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2007년 차별금지법 싸움을 계기로 성소수자운동 내부에 청소년층의 활동이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레즈비언운동은 다양한 차별과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확장해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임재성은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목소리-반군사주의 언어를 발견해온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에서 강고한 양심과 투철한 정의에 입각한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에서 점차 반군사주의 언어로의 확장이라는 변화를 발견한다. 그리고 평화를 주창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종교적 이유로 인한 병역거부가 비종교인의 병역거부로 확장된 이래 이제는 군대 자체를 문제 삼는 병역거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집 : 소수자운동의 새로운 전개
한국 성노동자운동의 전개/ 이하영
이주노동자운동, 혹은 국가를 가로지르는 정치적 권리 투쟁/ 정정훈
‘친구사이’와 한국의 게이 인권운동/ 친구사이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역사/ 한채윤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담은 목소리: 반군사주의 언어를 만들어온 양심적 병역거부운동/ 임재성
* 시평 -서울대 법인화의 본질과 그 반대운동의 전망/ 최갑수
* 국제-불타는 런던, 무엇이 보이는가?/ 서영표
-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이정구
* 발언대 -유통서비스산업의 확대와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이성종
* 정세- 종편 도입과 특혜/ 유영주
-2011년의 대학을 통해 바라본 노동/김원석
* 일반논문 -착취의 개념/ 이종영
- 빈집/ 강내영·윤수종
* 주제서평 -연구모임 데모스의 기획, ‘민주주의와 맞서는 민주주의’: 조희연의 논의를 중심으로/ 김보현
* 서평-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인지자본주의를 사유하도록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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