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이일

2007-11-02
11월 3일 0시 40분인데 어쩌자고 워드는 자동으로 11월 2일을 찍는지 모르겠다.

회사 감옥에 갇혀서 일하고 있다. 모름지기 상사란 직원을 가능하면 야근 안 시키고 더욱이 밤샘은 시키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헛된 망상이다… 내가 관둘 때가 되서 그런 거지. 그놈의 관둔다는 타령은 얼마나 자주, 오래 했는지 이제는 완전 양치기 소녀가 되었다. 양치기 아줌마… 제발 잠들어라, 자의식아.

듀나의 [대리전]을 읽고 다시 읽고 있다. 처음에는 빨리 읽었고 지금은 되도록 천천히 읽고 있다. 듀나… 오랫동안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는데, 가끔씩 짧은 글을 보기도 봤는데, 장편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종로 베텔스만에서 반값을 주고 샀다.

듀나는 아마도 나랑 연배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배가 비슷한 사람에 대한 질투 때문에 여태 주목하지 않았다. 실은 장르 문학을 쬐금 좋아한다. 우습게도(아니, 불행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다른 많은 것들처럼 많이 즐기지는 못했다. 그저 교과서적으로 어린이를 위해 편집된 셜록홈즈나 탐독했을 뿐.

듀나는 자기 글로 커밍아웃을 하는 작가구나. 처음 읽을 때는 낯선 장르에 매몰되어 빨리 읽기에 치중했는데 지금은 레즈비언의 글 쓰기-글 읽기로 다시 읽고 있다. 처음엔 환타지, 지금은 로맨스. 물론 장르는 환타지. 레즈비언의 사랑도 환타지. 일까?

회사 감옥에 갇혔다. 나의 팀장은 나를 직원이 아니라 자기 수하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를 얼마나 믿을만한 직원이라고 평가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나일뿐, 자기 자신이 아닌데. 너무 오래 같이 일해서, 일의 면에서만은 그걸 잊어버렸나 보다. 회사 감옥에 갇혔다. 몇날며칠 밤도 상사 없이도 샐 수 있지만 갇혀서는 샐 수 없다. 정말로,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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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