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얼마 전 꿈에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나는 꽤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저 아래 바닷가에서부터 내가 앉은 곳까지 꽤 많았다.
파도가 어울렁더울렁 쳤고 사람들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나도 함게 파도맞이를 하려고 하는데 짐이 귀찮게 굴었다.
배낭에 있는 엠피쓰리플레이어를 방수비닐에 넣으려고 애를 쓰는데 어느샌가 파도가 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헉~!
엠피쓰리플레이어는 물에 다 젖었고 그 와중에도 나는 그래도 그걸 방수 봉투에 넣고 놀겠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물에 완전히 잠겼지만 나도 놀라지 않았고 사람들도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 노는 분위기였다.
내가 있는 곳은 정말 높은 곳이었는데 저 아래 있던 해변의 파도가 여기까지 차올라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아, 물이 정말 많구나...'
물 속에 잠기긴 했는데 그 놈의 짐 때문에 별로 즐기지는 못하고 잠을 깼다.

성산일출봉에 올랐다.
분명히 처음 가진 않았으리라 싶은데... 처음 갔을까?
분화구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리고 분화구 저 멀리 펼쳐진 바다의 모습이. 꿈에 본 바다가 떠올랐다.
분명 저렇게 멀리, 저렇게 아래쪽에 있는 바다였다.
저 바다가 곧 차올라 물이 머리 위까지 올라온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바다에는 정말 물이 많구나...'

날이 흐려서 일출은 보지 못했다.
분화구와 바다의 풍경만으로도 만족했다.
새벽 바람이 상쾌했다.

일반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