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좋아하는 여성분이
얼마 전에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을 하셨다고요.
‘어떻게 하면 동성적인 시각과 마음을 이성적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돌아오는 걸까요?
아니면 영영 돌아 올 수 없는 걸까요?’
라고 상담원에게 물어주셨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건
매우 절망스럽고 마음 아픈 일 같아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고
없는 가능성조차 만들어내고 싶어지기도 하죠.
게다가 지금 님께서는
고백을 해보기도 전에
차여버린 셈이 되었으니
답답하고 속상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상담원은 님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랍니다.
자연스러운 것이에요.
지금 님께서 그 친구 분을 좋아하시는 마음처럼
그 친구 분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예요.
그 마음이 님이 아니라, 그리고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향해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지요.
돌아올 수 있느냐 없으냐
라고 물으셨지만,
스스로에게 똑같이 질문을 해본다면
님께서 상담원에게 한 질문이
얼마나 이상한 질문인지 아시게 될 거예요.
이성애자에게
‘너는 언제 동성애자로 돌아올 것이냐.’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냐.’
‘이성을 좋아하느냐.’
이렇게 묻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마찬가지랍니다.
어느 순간 동성애자가 되고 이성애자가 되는 것이 아니에요.
사회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이성애에 관한 것들뿐이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스스로를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그 와중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무엇인가 다르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그 과정에서 많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많은 동성애자들이
스스로가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들어하고 아파한답니다.
하지만 그러한 아픈 시기를 거치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긍정해서
‘난 동성애자야.’ 라고 인식한 사람을
동성애자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이성애는 사회화되고
동성애는 정체화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좋아하는 분에게
남성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돌아오라고
바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음 깊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돼요.
돌아오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요.
좋아하는 분께서
님에게 커밍아웃을 했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 분께서 님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을 했다는 것은
님을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사회에서 보는 시선과 차별 때문에
동성애자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한답니다.
대부분 굉장히 고민이 많이 하고
크게 준비를 해서 하는 일이에요.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인데요.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커밍아웃을 한 당사자에게도 좋은 일이고
중요한 부분을 숨기지 않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도 좋은 일이 되죠.
반면에,
상대가 커밍아웃에 대해 혐오의 반응을 보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잖아요.
이런 경우,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커밍아웃 전에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된답니다.
이러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님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님을 정말로 믿고 있으며,
좋은 친구로 여기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아,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그 친구가
레즈비언이라고 알리면 안 되는 것이에요.
친구는 님을 믿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 것이고,
친구가 원할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친구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어야 해요.
상담원이 님께서 마음을 접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겠다
아니면, 마음을 접지 말고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상담원이 님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결정을 내려드릴 수 없는 것이지요.
자신이 행동할 것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가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요.
자신이 어떻게 하면
나중에 가장 덜 후회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찾아보면서
그 친구에게 대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를 혼자서
좋아하고 바라보는 건
많이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상담원의 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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