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 둘이 되고 싶은 욕망

하나가 되고 싶다.
매일 만나고 싶다.
매일 함께 잠들고 싶다.
너의 모든 아픔을 내가 덮어주고 싶다.
너의 모든 기쁨이 되고 싶다.

둘이 되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너를 기다리며 방을 치우고 싶다.
빨래도 하고 싶다.
설겆이도 하고 싶다.
찌개도 끓이고 싶다.
그러고 나서도 시간이 좀 남았으면 좋겠다.

혼자 있고 싶다.
둘이 되고 싶다.
너의 아픔을 보면 씻어주고 닦아주고 그리고 다시 앞을 보고 나아가고 싶다.
손은 잡고 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언제나 네 얼굴을 보느라고 앞을 못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가 되고 싶다.
너의 모든 것이 되고 싶다.
둘이 되고 싶다.
내가 되고 싶다.
너는 너였으면 좋겠다.

[어웨이 프롬 허]라는 영화를 봤다.
44년을 함께 한 늙은 아내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20년 전 한 때 바람도 피웠던 남편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곱게 늙은 이 여자를 요양소에 보내고 싶지 않다.
정신이 맑을 때면 곱게 늙은 우아한 아내는 요양소에 가겠다고 한다.

요양소에 적응하는 동안 아내는 남편을 잊고 다른 남자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남편은 그 다른 남자의 아내를 찾아 간다.
뭘 어쩌려는 생각은 없었다. 단지 아내가 자신을 기억해 주고 다른 남자를 잊어주길 바랬을 뿐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은 두 노인은 잠자리를 함께 한다. 어느새.
곱게 늙은 아내를 요양소에 둔 남편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가 자신을 잊어버려서 애가 탄 남편
그 남편의 얼굴은 지금 기뻐보인다.

삶이란 '거저 한낱 통속 잡지의 표지같거니... '라고 노래한 [목마와 숙녀]가 생각난다.

삶이란 거저 한낱 통속 잡지의 표지같은 것이다.
유감을 품은들 무엇하랴.
나는 만족한다. 이 삶에.
통속 잡지가 됐든 고해가 됐든 뭣이 됐든,
이 곳에서 겪는 희노애락에 만족한다...

그래서 말인데, 여보세요...
만약에 우리가 늙어서 어느날 정신을 놓거든,
제 정신이 있고 의지가 굳어서 스스로 곡기를 끊기 전에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거든,
그 때는
[어웨이 프롬 허]에 나오는 남편처럼 살아주세요.
그렇게 살기로 해요, 우리.

(어찌구니 먼 훗날의 얘기를
잘도 눈물 흘리면서 지껄이는구나...
하지만 [내 머릿속의 지우개]란 영화도 있지 않았나...
병마가 언제 닥칠지 사고가 언제 생길지 알고 사는 건 아니지 않나...)

(다 쓰고 돌아와 읽으면서 산통깬다.
도대체 이 일을 다 하고도 시간이 남기를 원한다는 것은...쩝
... 뭘로 먹고 살을래? 아주 먹여 살리라고 으름장이냐?
그건 아닌데 말이지 ㅎㅎㅎ
그럼 일년에 한 번 만나자는 소리구나... 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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