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부치 여전사님들께...

제목이 거창하지만 내용은 사실 별것 없습니다

제 주변에 부치로 살고 있는 여성들은 자격지심이 많은거 같아요
아무리 당당하려고 노력해도 일반인들의 숱한 압력과 모욕적인 발언들로 인해
심장 곳곳에 멍이 들어 있기 때문이겠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듯 레즈비언 정체성을 논하지만
그들도 인간인지라 한번씩 아픈 눈물을 흘립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이해할수 있겠냐만은 사랑했던 한 여자를 통해 조금은 알게 되었고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며 글을 써 봅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배경은 성전환자와 레즈비언이 오가는 커뮤니티 사이트 에서 였습니다
그러다 채팅으로 저를 알렸고 급기야 그녀를 만나게 되었죠
그녀의 집은 수원 인계동에서 가깝다고 하여 나이트촌(?)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같은 집에서 지낸다는 부치 친구들도 불러서 인사를 시켜주더군요
삼겹살을 먹고 나서 사격장에서 총도 쏘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중 힘이 세보이는 친구가 잘 안되는지 욕을 연발하긴.했지만 ㅋ
그것도 귀엽고 재미있었답니다)

2차로 술도 먹고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밤이 되어서 집에 가려는데 얘가 자꾸 자고 가라는 겁니다...
사람이 많아서 방을 두개를 잡아주고 저랑 그 아이는 같은 방에서 자게됐죠..

같이 다니는 동안 가게 주인들도 그렇구 우릴 전부 남자로 보더군요


아무튼 그 아이는 정말 착했어요...

돈이 없어서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하더군요..

술을 마시다가 걔가 자는 도중에 너무 이뻐 보여서 뽀뽀를 했는데
잠에서 깨더니 욕을 좀 하더라구요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해서 계속 잘못을 빌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네요..  그러려고 만난게 아닌데
나도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어서..
그저 강부치를 사귀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 뒤에도 계속 연락은 했습니다..
만날때마다 자꾸 돈을 요구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그녀를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다 줬습니다

생각할수록 아프네요...  더 잘해주지 못했고
그녀의 가정환경 이야기와
그녀가 자라면서 겪었던 상처들이 지금도 제 가슴속을 칼로 도려내는 느낌입니다

저를 만나면서도 많이 힘들었을겁니다..

자기가 이성애자로 살면 남들처럼 머리도 길러야하고 화장도 해야 되는데
그럴수는 없다더군요
저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더 좋다고 했죠

제가 한번씩 스킨쉽을 할때마다 게이로 오해받을거 같다는 걱정만 하더군요

무엇보다 마음 아픈건 저를 만나는게 밝혀지면 레즈비언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자신은 이반세계에서 유명하기 때문에 다시는 레즈비언으로 살 수가 없을거 같다고....

그리고 제가 그 아이 곁을 떠나게 된다면 이반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댔어요
자기를 좋아해줄 남자는 다시 없을것이기 때문이라고요

온갖 고민이 다 들었겠죠..

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인정하지 않는걸까요...

부치랑 남자랑 사귀는게 왜 이상하게 보여야만 하는거냐구요
다들 자신들이 사는 굴레에서만 세상이 보이길 바라고 있죠

부치한테 더이상 상처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랑했던 그녀가 여자를 사랑하든 남자를 사랑하든...
부치라는 이유로 세상에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한척 굳센척 언제나 쿨한척 하지만...  부치도 여자고 여린 감성과 사랑을 베풀고 나누길 원하는
여리디 여린 인간들이거든요

어떤 남자는 부치를 못생겼다고 하지만 사실 부치가 보기에도 남자는 못생겼지요.. 
하지만 예외적으로 서로 좋아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세상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버려야 됩니다
부치한테 평생 헌신하며 온몸바쳐 따르고 싶어하는 남자도 있으니까요

단지 호모포비아적인 몇몇 사람들 때문에 그들의 정체성에 관한 권리를 빼앗기고 있어요
저는 레즈비언이 바른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부치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강요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고 사람들 말보다는 자신의 느낌과 주관적인 판단이
본인의 삶에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자신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세요

아시다시피 평생 남자와 연애해보지 않았다고 하는 레즈비언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그런것이 아니잖아요

남자들이 감히 그녀들의 아름다움에 근접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니까요


이야기가 점점 길어집니다만...
팸분들은 남성을 만나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데
부치분들은 왜 그토록 차별받고 일반인들로부터 냉담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왜 여신처럼 아름다운 그 분들에게 대다수 이성애자들이 보는 시각만으로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평가되어야 하는지를요

이것도 하나의 레즈비언 차별입니다

남자와 살고 싶어할 수도 있는 부치분들을 위해
(가족이나 친구.동료등등 타인 의사가 아닌 자의)

지구상 어딘가 단 한사람이라도 있을 수 있는 그 분들의 인권을 위해 저는 외치고 싶습니다


부치 레즈비언 만세!!!!

댓글 1개

1989님의 코멘트

1989
팸/부치의 성향을 근거로 남자와 만나는 것이 차별받고 냉담한 시선을 받는 일인지는 
저도 납득이 안돼네요. 
팸은 여성적인 외양이니까, 이성애 사회로 "편입"되기 쉽기 때문에, 그래서 남자를 만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부치는 남성적인 외양이니까 남자를 만나면 문제가 된다는 기존의 편견에 반대하시는 것 같으신데 글쎄요. 부치라고 해서 유독 더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님의 생각도 일종의 편견이라면 편견일지도 모르겠네요.남성적인 외양의 모습만 부치의 전형적인 상으로 본다면 이것도 더더욱 편견일거구요.
실상 차별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위치에 놓인 대상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큰 차별을 받는 다고 느끼지 않고 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들에게 자꾸 차별을 운운하는 건
그 자체로도 차별적인 시선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해요.
우리는 차별받지 않다고 느끼는데, 되려 다른 사람들이 차별받아서 힘들지.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