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우

홍콩 가서 찍은 사진을 이제서야 봤다. 한 달 보름 전이다. 마카우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그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나는 그날 우울했다. 마카우에는 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정말 나 자신을 잘 느낄 수가 없다.

몇 번이나 주저하고, 오죽하면 홍콩-마카우 터미널의 스타벅스에서 무슨 중국차 라떼를 마시면서 잠시 나 자신을 느껴보려고도 했는데, 결국은 마카오행 페리를 타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때 잘 알 수 없었던 나 자신을 이제서야 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서 느낀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그날 우울했다.
그 전날, 나는 케이가 나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는 말을 들었다. 나의 오래된 착각이 깨졌다. 그래, 나는 정말 헛꿈을 꿨구나. 정말 헛꿈이었구나. 속이 끓었다. 속이 탔다. 잠을 잘 잘 수가 없었다. 혼란스런 속을 눌렀다. 헛꿈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여행을 같이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달랬다. 너의 마음은 변하지 마라. 적어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는. 너는 그냥 저 여자를 사랑해라. 애인의 마음으로 여행을 마무리해라.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내 속이 타서 지레 죽어버릴 것이다.

그 다음날이었다. 내가 마카우에 간 날은. 혼자 하루종일 놀 수 있는 단 하루였기에 나는 마카우라는 먼 길을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열대 나무가 빽빽한 홍콩 공원에나 가서 하루 종일 건들거릴 걸 그랬다고 오늘에서야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는 나를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혼란스러웠고 어지러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바보 같은 짓을 어찌나 잘 하는지. 어찌나 때마다 반복하는지.

오늘에서야 그날의 나를 느낀다.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날 우울했다.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할 것이 아니라 마음 내키는 대로 하루종일 호텔방에라도 쳐박혀 있을 걸 그랬다… 뭐, 앞으로도 그렇게는 못하겠지만, 언제나 멀쩡한 척 하느라고 인생을 사는데 써야 할 에너지의 대부분을 써버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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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