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젼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제주도 같이 갔던 사람들이다. 아, 계를 결성하지 못했군.
어제는 좀 바빴다. 그 중 한 사람이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한강에 갔다. 유람선 처음 탔다. 아마도? 두 번째인가?
전에 학교 선배가 한강 유람선에서 결혼식을 해서 간 적이 있는데
십 년도 더 된 것 같다. 1992년이니까 벌써 십육 년 전이군.
세월 빠른 건 그렇다 쳐도 어째 이렇게 나이를 잘 먹는지.

한강 유람선을 탔다. 나와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하려고 생각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은 즐겁다.
나와는 다른 인생 이야기를 듣는 일은 즐겁다.

아직 좀 쌀쌀했다. 그래도 한강 야경은 좋았다.
자리를 잘못 잡았는지 꽤 독한 배기 가스 냄새를 몇 번 맡아야 했다.
꽤 독했는데 다들 자리를 옮기려고 하지 않아서 나중에는 머리가 아팠다.

그들과 헤어져 종로 거리를 걸어 오는데 뜬금 없이
나에게도 어떤 비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내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이 곳이
성소수자들에게 어떤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비젼.
그런 나라가 되도록 나는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비젼.

난 커다란 생각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잘 모르겠다…
어제는 여름쯤에 다시 취직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혼란과 불안을 좀 느껴줘야 할 것 같다. 솔직하게.

나 자신을 바쁘게 만들고 들볶기 위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 건 아닌지^^
나는 좀 생각 없이 성실한 사람이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무식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아, 정말 내가 무식하고 성실한 사람이었군! 몰랐는데… 쩝)


일반
빠알간 뽀 2

댓글 2개

진눈깨비님의 코멘트

진눈깨비
어떤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했대요 그래서 그 사람은 달렸대요 근데 그림자는 계속 쫓아오더래요 그사람은 나무 밑으로 가면 그림자가 없어지는 걸 몰랐대요 사회개혁이니뭐니가 세상을 바꾸리라고 생각되기보단 종교의 아름다움이 좋은 것같아요 -_-;;

뽀님의 코멘트

하하...진눈깨비님, 여전히 시적이시네요. 나무 그림자에 들어가면 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가 해결인가요? 그게 내 그림자라는 걸 아는 걸로는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던 모양이죠? 으음... 나무 그늘에서 나와야 하면 어떻게 되나요, 두려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