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동생 1

며칠째 밤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일하고 있었다.
마감이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모두 아꼈다.
드디어 일을 다 해서 넘겨줬는데 동생이 놀러 오겠다고 한다.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가 들리겠다는 것이다.
선선히 그러라고 했다.

애인과 통화하다가 동생이 놀러 오기로 했다고 말하자,
“피곤한데 힘들겠다. 자야 하는데 어떻하냐?”고 걱정을 해준다.
으음… 대략난감…

피곤하기도 하고 잠도 자고 싶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사실 머리가 휑휑 도는 것도 같다.
그래도 동생이 오는 일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동생은 내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것을 안다.
동생과 나는 오랫동안 아주 많이 싸우기도 했고
서로 서운해한 것도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이제는 포기할 건 포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이
요구할 건 요구하는 그런 사이가 된 것 같다.

애인은 가끔 그런 말을 한다.
“언니가 연애하느라 바빠서 동생하고 안 놀아주니까 날 싫어할 것 같아.”
나는 늘 같은 말로 다독인다.
“걱정 마. 걔도 연애할 때는 나 같은 거 신경도 안 썼어.”
(근데 그게 너무 고리적 일이기는 하다…쩝…)

동생과 나는 아주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나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엄마, 아빠, 동생은 툭하면 나 자신과 헷갈리기 때문에
그들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원가족(엄마, 아빠, 동생)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가족(애인과 애인의 어머니)도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동생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애인보다도 편하다. 이건 사실 눈물 나는 사실인데…
동생이 애인보다 편한 이유는 뻔하다.
동생과 함께 있을 때는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욕을 해도 화를 내도 동생은 결국 제멋대로인 언니를
영원히 내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할 때 애인이 온다고 하면 ‘나 쉬어야겠다’고 말할 것이다.
‘오늘은 만나지 말자, 너무 졸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동생이 온다고 하면 별 생각 없이 오라고 한다.
제멋대로 언니긴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동생이 온다는데
몇 시간 잠을 미루는 희생은 희생이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물론 동생도 내가 잠을 몇 시간 미루는 일 따위
저를 위한 희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흥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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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 3

댓글 3개

도움님의 코멘트

도움
제가 이곳을 들르는 것은 오로지 뽀~님의 근황이 궁금해서이지요...요즘은 글 올리는 횟수가 뜸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히 잘 읽고 있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길... ^^

빠알간 뽀님의 코멘트

빠알간 뽀
오늘 정말 쨍하니 춥네요. 초저녁부터 한밤중 같고요. 겨울이 깊어지나 봐요. 건강한 연말연시되시길!

L & Kira님의 코멘트

L & Kira
저도 뽀님의 팬인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