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처음 요가를 배우면서 쉬는 자세를 하고 누워 선생의 설명을 들었다. 요가에서 편히 누워 쉬는 자세를 송장 자세라 한다고 했다. 송장 자세라… 살아서 송장 같은 자세로 누워 쉰다니… 참… 어찌나 좋던지… 누운 채로 눈물이 주루루 흘렀다. 시간이 끝나고 나서 선생이 자꾸만 왜 울었냐고 물었다. 아니, 선생님, 요가 선생님, 그걸 그렇게 물어보셔야 아나요? 그 때는 내가 송장 자세를 하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난감했다.
지금 하는 요가원에서도 끝날 때가 다가 오면 송장 자세로 마무리를 한다. 잠시 눈을 감고 편히 누워있다가 손끝, 발끝에서부터 깨어나야 하는데 송장 자세를 할 때마다 나는 깨어나기가 싫다. 그냥 그대로 좀 더 누워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억지로 깨어난다. 마치고 옷 갈아입고 다시 회사 들어가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일어난다. 인생은 버티기 한 판인데 좀 더 버텨줘야지, 하면서.
그 자세가 편한 자세라 남들도 나처럼 일어나기 싫은 건지, 아니면 내가 좀 더 염세적인 것인지 궁금하다.
송장 자세를 하고 누워 있으면, 내가 왜 이렇게 죄이는 회사 생활, 사회 생활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대로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아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아… 아… 그래도 인생은 버티기 한 판인데, 나는 좀 더 버텨줘야 한다. 좀 더 버텨줘야 한다… 현실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인사동을 지나다가 눈을 가리고 있는 원숭이, 귀를 막고 있는 원숭이, 입을 덮고 있는 원숭이를 보았다. 조각인지 주물인지, 아마 주물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거라도 사다가(쌀까?)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일을 해야 할 모양이다.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장님 삼 년, 합쳐서 구 년이다. 인생 백년에 9년이니까 참아줘, 버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