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영화제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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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은폐된 만큼 잔인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정폭력의 현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일까, 혹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야기일까. 서울여성의전화는 심각한 가정폭력의 현실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고자 오는 5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여성인권영화제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를 개최한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이후 전국 10개 지역에서 시작된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행사의 일환으로, 하나의 주제-여성에 대한 폭력에 집중하는 현실고발적인 최초의 영화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제가 있는 영화제, 관객과 소통하는 영화제, 문화가 녹아나는 영화제, 함께 만들어 가는 영화제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번 행사에는 ‘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상처’, ‘그러나 생존하다’, ‘또 하나의 시선’이라는 4가지 주제 아래 가정폭력과 관련된 국내외 여러 픽션, 논픽션 및 단편 애니메이션이 준비돼 있다.

‘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역시나 개막작인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가정폭력2>이다. 감독의 전작 <가정폭력>에 이어 가정폭력에 대한 감독의 현미경 식 관찰이, 더 깊고 풍부해진 이야기에 세밀하게 녹아있는 이 작품은 특히 가정폭력을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바라봄으로서 가정폭력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담론을 재생산한다. 또한 임은희 감독의 단편 영화 <갑각류를 요리하는 빨간 조리법>은 강렬하고 낯선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폭력의 주체(아버지)가 사라져버린 후에도 그 폭력성이 사라지지 않고 어디론가 전이된 듯 계속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동요의 제목을 차용해 여아(女兒) 성폭행의 끔직한 현실을 고발하는 김은수, 김혜정, 박미선, 이경화, 네 명의 감독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아빠하고 나하고 Daddy and I>, Carole Trescaviolence 감독의 <가정폭력, 용기를 가지고 말하다 conjugale, le courage de dire> 이제인 감독의 <안녕, 미미> Brigitte Lebrasseur 감독의 <빛나는 이글루 Sparkling Igloo> 등의 영화가 상영된다.

가정폭력이 단순히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상처’ 부문에는 Fatma Zohra Zamoum 감독의 단편 <실뭉치 La Pelote de laine >를 살펴볼 만하다. 영화는 70년대, 알제리 노동자인 모하메드가 알제리에서 부인 파딜라와 아이들을 프랑스로 데리고 온 후 자신이 외출하거나 직장에 갈 때 항상 열쇠로 문을 잠그고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아내인 파딜라가 모하메드가 외출한 사이 외부와 교통하는 수단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통해 물리적 폭력보다 더 공포스런 폭력의 한 단면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이 외에도 한국의 유교적 전통과 가부장제도 자체가 폭력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하지만 끔찍하게, 공포스럽게 보여주는 정희성 감독의 단편영화 <이효종 씨 가족의 저녁식사>, 소통(Communication)의 부재에서 오는 오해와 그로인해 감춰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제시하고 있는 정유진 감독의 <오해와 진실>, 김종해 감독의 흡연하는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며느리인 한 여인의 쓸쓸한 코미디 영화 <카밍아웃> 등 총 여덟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생존한다’ 부문은 ‘그녀들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몸부림치고, 저항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녀들의 움직임을 느끼고 싶다면…이 영화를 봐라!’하고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자신에게 추천하는 작품들이 상영된다. 그 중에서도 첫 작품인 로 오스트리아 Festival of Nations, WorldFest Houston 여성이슈부문을, Humboldt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실험 부문에서 각각 수상한 바 있는 Nora Malone 감독의 <자고디나의 꿈 Dreams of Jagodinaa>은 가정폭력이라는 경험 속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주인공의 서정적인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모호한 경계선 상에서 가정폭력이라는 이슈를 새롭고도 대담한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유은정 감독의 <흡연모녀>는 서로에게 담배를 권하는 모녀의 모습을 통해 가정폭력의 현실 속에서도 ‘그러나, 생존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숙자야>, <누구세요?>, <쇼킹패밀리> 등 열 두 편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예약 및 예매는 홈페이지 www.fiwom.org를 참조하기 바란다.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영화제는 가정폭력의 현실을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공유하고, 5월 23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문화공연 및 퍼포먼스등 사전 캠페인을 진행한다. 영화제 기간동안도 사진전, 가정폭력 흉기 전시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함께 진행함으로써 가정폭력 근절 담론의 효과적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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