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연인

2006-06-02

1998년에 처음 메롱과 헤어졌을 때 귀신이 그런 말을 했다.
“친구 사이는 해가 갈수록 좋아지는 데 왜 연인 사이는 그렇지 못한 걸까?”

모든 친구 사이가 해가 갈수록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요즘 한 동네 사는 커플과 연락을 끊고 있다. 언제쯤 다시 연락을 하게 되려는지 알 수 없으나 요즘 같은 마음이라면 내가 먼저 연락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 쪽이야 원체 먼저 연락하는 일이 별로 없던 사람들이라 별로 기대할 수도 없다.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몇 번의 주말과 공휴일이 전화 한 통 없이 지나간 것을 떠올리면 화가 난다. 연락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락을 기다려서가 아니라, 이렇게 금방, 이렇게 단순하게, 이렇게 쉽게,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요즘 친구들을 자주 만난다. 일이 바빠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하고 주로 점심을 같이 먹는 정도다. 그 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진다. 친구들과 함께 먹는 점심이 너무너무 즐겁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어제는 아침 일찍 만나서 아침을 같이 먹었다.

메롱과 헤어졌기 때문에 허전하고 그래서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물론 바쁘면 그 자리에 없다. 후후… 그래도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 있어 주면 고맙고 없으면 할 수 없다.

내가 저에 대해 쓰고 있는 걸 알았는지 메롱이 금방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사람이라는 게 참… 어찌나 영특한 동물인지. 쩝. 그래도 끝난 인연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일이 바쁘다는 소리와 메신저 이모티콘에 대한 시시껄렁한 소리 몇 마디로 대화는 끝났다.

닿으면 베일 듯 날카로운 선을 넘어선 그대, 보무도 당당히 걸어간 그대, 영원히 안녕. 영원히 안녕이다.
일반
빠알간 뽀 1

댓글 1개

그래서님의 코멘트

그래서
친구가 연인되면 안되는 거지요.그것도 오랜 친구라면 더욱이...너무 많이 얽혀있고 그래서 순식간에 모든 것이 깨어지게 되고, 그래서 자유롭지 못하여 내내 늪처럼 허덕이게 되지요..